강수 둔 한덕수…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 전격 지명

이완규·함상훈…마은혁 임명도

"9인 체제로 국론 분열 최소화"
예상밖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허찔린 野 "총리에 권한 없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2월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동시에 임명했다.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를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도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전격적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헌재 결원이 반복돼 (여러 탄핵심판 관련) 결정이 지연될 경우 국론 분열이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 탄핵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경찰청장 탄핵심판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헌재가 6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헌재가 심리 정족수를 7인에서 6인으로 최근 낮췄지만 법조계에선 6인 체제에서 심리와 판결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도 이 논리를 들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한 권한대행을 압박해 왔다. 이날 마은혁 재판관 임명으로 그동안 8인 체제로 운영된 헌재는 9인 체제가 됐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 몫 재판관까지 지명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입법, 행정에 이어 헌재까지 진보 우위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마은혁 후보자가 임명된 데 이어 이 후보자와 함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최종 임명되면 헌재는 진보 3, 중도 2, 보수 3 구도에서 진보 2, 중도 3, 보수 4 구도로 재편된다.

일부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보수 진영에서는 한 권한대행을 대선 주자로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최근 국무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대행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두 후보자를 지명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이끌어 가는 것이 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 권한대행을 찾아 출마를 권유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헌재는 선출된 대통령과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 구성하는데 한 총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놓고 법조계 의견은 엇갈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에 관한 일반 원칙은 현상 유지적인 소극적 권한에 한정하고, 현상을 변경하는 적극적인 권한은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합헌이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당연한 권한 행사”라고 했다.

도병욱/허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