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악연' 나쁜 놈 중 제일 나쁜 건 이광수…집에선 양관식" [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악연' 목격남 배우 박해수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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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박해수가 악인 연기를 한 소감을 전했다.

배우 박해수는 9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악연' 인터뷰에서 "캐릭터들이 여러 면으로 다 악인들인데, 개인적으로 (이)광수가 연기한 안경남이 가장 나쁜 거 같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이)희준 선배가 연기한 사채남 역할 패륜아도 나쁘지만, 광수의 역할은 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다는 점에서 제가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박해수가 연기한 목격남은 이야기를 관통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끝판왕으로 꼽힌다. 하지만 박해수는 목격남에 대해서는 "사람 자체가 악하기보다는, 선택에 의해 그렇게 돼 가는 거 같다"고 해석했다.

목격남은 한밤중 의문의 사고를 목격하는 인물. 사고를 은폐하려는 안경남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며 '묵인의 악연'이 시작된다. 박해수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악연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목격남'을 그만의 강렬한 연기로 완성해 냈다는 평이다.

박해수는 "X발, 기훈이형"이라는 밈을 남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1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영화 '로비', 이번 '악연'까지 찰진 욕설 연기를 선보인다. 박해수는 "부단히 노력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안기는가 하면, 실제 모습은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과 비슷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해수는 "제가 악역을 많이 하다 보니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없다"며 "따뜻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극강의 악을 연기하며 더 열심히 기도하고, 회개했다는 박해수는 "악이 그저 악으로 보이길 바랐다"면서 목격남에게 그 어떤 동정이나 서사도 바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박해수와 일문일답.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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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어떻게 봤을까.

= 저는 출연자라 미리 볼 수 있었는데, 에피소드마다 각 배우의 연기가 있어서 못 본 연기가 있었다. 그래서 한꺼번에 집중해서 보지 못했다. 공개된 후 제대로 정주행했다. 작품이 나오기 전엔 고민과 걱정도 많았다. 제가 연기한 부분들이 잘 짜여야 이야기가 되는 거라,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 극이 전개되면서 계속 변화한다. 어떤 변화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나.

= 변화가 포인트라기보다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지만 봤다. 변화의 포인트는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거 같다. 제가 한 건 아니다.

▲ '악연'은 그야말로 나쁜 놈 대잔치였다. 누가 가장 나쁠까.

= 여러 면으로 다 악인들인데, 개인적으로 (이)광수가 맡은 연기 같다. 패륜아 (이)희준 선배가 연기한 역할도 나쁘지만, 광수의 안경남 역할은 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다는 점에서 제가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 목격남은 덜 나쁜 건가.

= 선택이 그런 거 같다. 사람 형상을 한 악귀 같은 존재랄까. 그런 쪽의 선택을 하는 존재 같다. 나중에 화상까지 입으면서 그 모습이 형상화됐고.

▲ 목격남을 연기하며 또 박재영인 척 연기한다. 연기를 하며 또 연기를 하는 건데, 어려움은 없었나.

= 외형이 바뀐 거라 어렵지 않았다. 목표가 정확하고 뚜렷해지니 캐릭터가 자연스러워진 거 같다. 처음의 고민했던 지점은 안경남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덜떨어진, 하지만 소시오패스 같은 동네 청년. 성인인데 지적 수준이 모자란 모습을 만들려 감독님과 많이 얘길 나눴다. 다행히 포인트를 줄 수 있던 건 날씨가 추웠고, 다이소에서 귀도리를 샀는데 그 옷이랑 잘 어울리더라. 감독님께 말했더니 좋아해주셔서 더 그 안에 더 들어갔다. 또 이광수라는 배우가 가진 에너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제가 부족한 인물로 보일 수 있었던 거 같았다. 호흡도 너무 재밌었다. 땅 파는 것도 그렇고.

▲ 어려움도 있지만, 그런데도 끌린 이유가 있었나.

= 굉장히 세고, 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도 못 쉴 정도로 끈끈한 전개가 재밌었는데, 다음에 읽었을 땐 메시지가 좋았다. 트라우마에 갇힌 사람이 이 나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메시지를 줄 수 있구나 싶더라. 그리고 굉장히 악한 드라마인데 밖에서 보면 코미디가 보이더라. 그런 간극에서 나오는 희극이 재밌어 보였다.

▲ 원래도 연기를 잘했는데, '박해수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오더라.

=들뜨지 않으려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려 하는데, 주변에서 말해줄 때마다 또 열심히 찾아본다.(웃음) 좋게 봐주시는 거 같다. 변화가 있어서 좋게 봐주시는 거 같다.

▲ '로비'도 그렇고, 욕 연기를 찰지게 한다는 평이다. '오징어게임' 속 'X발, 기훈이 형' 밈도 있고.

= 연습을 부단히 했다.(웃음) 평소에 상상조차 못 하는 단어니까. 아무래도. 작가님께서 다 만들어 주신 거다. 목격남을 하면서 후반부에 정서적으로 힘들었다. 성당에서 성수를 마신다거나, 이런 금기를 깨는 활동을 하는 게. 십자가를 배경으로 욕설을 하는 게 너무 찝찝하더라. 그래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가면을 써서 그런 거 같다. 누군가에게 험한 말을 하는 게 불편했다. '오징어게임' 밈에 대해선 감사하다. 관심 가져주신 거니까. 하지만 외국에도 욕을 알려드린 건, 좀. 죄송하다.

▲ 안경남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가정적인 모습인데, 아이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 배우로서 도전하는 부분이 있다. TV를 보며 아이가 '아빠다' 하는 걸 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서 따뜻한 작품에 대한 애정도 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끌리는 게 극단적인 것이 있었던 거 같고다. 제가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감방이 나오고. '양자물리학'도 그렇고. 제 실제 모습은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 같다.

▲ 실제로는 양관식인 박해수의 연기를 본 아내 반응은 어떤가.

= '아, 배우였구나' 한다. 재밌어한다. '악연'도 그 사람은 저를 잘 알아서 어떻게 고생하면서 만들었는지를 궁금해한다. 가끔은 집에서 일부러 연기도 한다. 캐릭터 고민을 안 하는데, 고민하는 척하고.(웃음) '그러니까, 빨래는 좀 빼줘' 사정하면서. 그분은 제 연기를 보고 직관적으로 평가하고, 저의 색다른 모습을 보며 재밌어하신다.

▲ 실제로는 기독교인이다. 악인 연기 후 회개나 참회 기도를 했을까.

= 더 열심히 기도했다. 악을 연기하려면 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악은 악으로 보이게,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연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 웹툰 원작은 봤을까.

= 감독님이 '많이 달라져서 안 봐도 된다'고 하더라. 그러고 중간 이후 봤는데, 캐릭터나 이런 게 저희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변화시키셨군' 이렇게 이해하는 것으로 봤다.

▲ 넷플릭스 공무원이다. '오징어게임2'는 빠졌는데 어떻게 봤을까.

= 저는 재밌게 많은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됐다. 좋은 작품들을 선택하고, 고민하고, 주어진 작품들을 하고 있는데 시대가 코로나19도 겹치고 많은 것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거 같다. 그래서 좋은 기회도 얻고. 저는 드라마, 영화, 연극까지 병행하고 있어서 '공무원'이라는 말도 감사하지만, 많은 방향성으로 만나 뵙길 바란다. '오징어게임'은 저를 많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었다. 전 황동혁 감독님의 세계관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징어게임2'가 나왔을 때도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다'하며 감동했다. 배우로서는 시즌1에서 죽어서 시즌2에 나오지 못했지만, 죽어 마땅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있지만 지나간 일이라 팬으로 보고 있다.

▲ 넷플릭스 아들,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불리든 다 상관이 없다. 그냥 편하게 불러달라. (웃음) 전 영화를 보며 커 왔다. 영화를 보며 연기를 공부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많은 좋은 작품들이 큰 스크린에서 보여지면 더 좋을 거 같은데. 그런데 이건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냥 박해수로서 좋은 작품,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1순위로 일할 뿐이다.

▲ 나쁜 놈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부작용 같은 게 있을까.

= 그렇진 않다. 평소엔 어리바리하다. 좋으면 좋고. 사람들이 저를 피하고 하진 않는다. 작품 안에서 연기할 땐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다. 웬만하면 문화생활도 거의 안 한다. 예전엔 부작용이 있었다. 집에 와서도 그 예민함이 계속됐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집에 들어갈 수 없다. 집에 가면 청소해야 하고, 아이 장난감도 치워야 한다. 그래서 미리 끊고 들어간다. 오히려 악역 연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내 맘대로 뛰어놀고, 안 하던 것들을 하니까. 제가 뭘 더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들이 있는데, '악연'에 연기하면서 좋았던 건 제가 어떻게 날뛰고 돌아다녀도 든든하고 단단함이 있어서 어떻게든 흘러가더라. 저를 만들어주는 거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 금기를 깨는 거 같고.

▲ 인간 박해수의 고민은 뭘까.

= 요즘은 제 주변 사람들을 잘 아우르고, 제가 생각한 좋은 가치관을 나눠야 하는 게 숙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회사를 설립하고 이런 건 아니고,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함께 하고 싶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 또 아이가 소중한 만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고민이 크다. 앞으로 어떤 세계, 어떤 사회가 될 지 저도 궁금하더라. 그래서 아이가 어떤 성품을 가져야 하는지, 대학은 가야 하는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뭔지 이런 생각을 계속한다.

▲ 배우로서는 어떤가.

= 계속 도전하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 같은 따뜻한 작품도 해보고 싶고. 무대 연기를 하면서도 좀 더 재밌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요즘은 내려놓은 것도 있다. 예전엔 '무조건 성공해야 해' 이런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공동체로서 함께 뭔가 만드는 시야가 생긴 거 같다.

▲ '악연'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함께한 배우들을 보면서 제가 모르는 얼굴을 보면서 행복했다. 희준 선배는 제가 원래도 그 섬세한 연기를 좋아했고, 광수는 팬이었는데 더 팬이 됐다. (공)승연이는 '육룡이 나르샤'를 같이 했는데, 이번에 새로운 눈빛을 봤다. (김)성균 선배님이야 든든함에 늘 감사했고, (신)민아 배우와 연기하면서 무엇보다 강한 선의 에너지를 배웠다. 특히 이일형 감독님은 현장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완성본을 보니 더 놀라웠다. 현장에선 쿨하고, 재밌게 말하면서도 굉장한 고민을 이전에 해놓고, 그걸 형상화하는 것에 굉장히 능하셨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