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껍질까지 다 먹어야겠네"…10만원 벌금에 '멘붕' [이슈+]

SNS서 자치구별 분리 배출 기준 '갑론을박'
고구마 껍질 버렸다가 10만원 벌금 '억울'
최근 고무장갑, 고구마 껍질, 치킨 뼈 등 생활 속 흔한 쓰레기를 버렸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잇따라 공유되면서, 시민들의 혼란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같은 서울시 내에서도 자치구별로 분리배출 기준이 제각각이라 과태료 처분을 두고 "이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나온다.

강남서 '고무장갑' 버렸다가 10만원 벌금…송파구·강서구면 벌금 아냐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9일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최근 SNS에 "고무장갑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었다는 이유로 10만원 벌금을 부과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시민은 "서울시는 고무장갑을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안내했는데, 강남구는 PP(폴리프로필렌)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 방침보다 자치구 조례가 우선이라니, 이게 과연 합리적인 행정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이용자는 강남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을 공유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전체 25개 자치구의 폐기물 처리를 총괄하는 기관일 뿐, 실제 단속 및 기준 설정은 각 자치구의 폐기물 관리조례에 따라 시행된다"며 "같은 품목도 자치구에 따라 분리배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방침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거다. 근데 결국 서울시 기본 방침보다 25개 자치구 법을 따라야 한다는 거냐. 이런 법이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왼) 강남구 재활용 지침 (오)강서구 재활용 지침/출처=각 구청 홈페이지
실제로 강남구청은 가정용 고무장갑을 비닐류로 분리 배출하라고 안내하고 있으나, 송파구와 강서구 등은 이를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시민은 "라면수프 봉지를 일반 쓰레기로 버렸다고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며 "그 작은 걸 일일이 분리수거 하라는 게 말이 되냐. 강남구가 유독 심한 거 같다"고 항의했다.

이 같은 행정 혼선은 고무장갑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구마 껍질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버렸다가 '음식물 쓰레기 혼합 배출; 위반으로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받았다는 시민도 있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너무 마음 아프다. 나는 왜 꼭 한 대 맞아야 깨닫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는 고구마 껍질까지 다 먹어야겠다"고 자조 섞인 글을 남겼다.

강동구에 사는 또 다른 시민은 "우리 동네도 장난 아니다. 치킨 뼈는 일반 쓰레기라고 해서 버렸는데, 다 안 뜯어 먹고 살이 남아 있었다는 이유로 벌금을 맞았다"며 "애가 먹은 건데, 엄마보고 다 발라 먹으라고 했다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시민은 "오늘 대파 다듬고 뿌리를 버렸더니 4만원 벌금을 냈다. 파 뿌리는 일반 쓰레기 아니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흙도 없으니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상에서는 "강아지가 토한 것을 휴지로 닦아 버렸더니 음식물 쓰레기로 간주해 과태료를 냈다", "심지어 귤껍질도 안 말리고 버렸다고 벌금이 나왔다"는 말들이 오갔다.

'종량제 파파라치' 단속 주장 제기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은 단속 방식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이른바 '종량제 파파라치'로 불리는 단속 인력들이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열어보고 단속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사무실에서 종이 도시락을 먹고 헹구지 않고 버렸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됐다"며 "오염된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고 해서 그냥 버렸는데, 이제는 버리는 쓰레기도 퐁퐁으로 헹궈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하 식당 사장님께 물어보니, 요즘 어르신 단속원이 집중 단속 중이라더라. 집에 들어오는 길에 보니 우리 집 앞에서도 한 어르신이 다른 집 쓰레기봉투를 열어 검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다른 시민은 "억울해서 환경미화원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지금은 집중 단속 기간이라 단속원들이 포상금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하더라"며 "쓰레기봉투에 적힌 수거 시간에 맞춰 내놓으라고 조언해줬다. 특히 주말엔 단속이 더 심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환경미화원 말로는 단속 어르신들이 포상금 때문이 아니라, 구청에서 정식으로 고용된 단속원이라고 한다"며 "종량제 봉투를 무작정 열어보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택배 송장이나 영수증은 찢어서 버려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기본적 지침 환경부에서 …다만 세부사항 자치구별 상이"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한경닷컴이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기본적인 분리배출 지침은 환경부에서 내려오지만, 세부적인 항목은 각 자치구 조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법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에서 제기된 사례처럼 어떤 품목을 음식물로 볼지, 일반 쓰레기로 볼지는 조례의 해석과 집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주 큰 차이는 없지만, 혼선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사이에서는 지자체의 단속 강화가 환경 보호 목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치구마다 다른 기준과 과도한 과태료 부과가 시민들의 혼란과 분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 보호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기준과 충분한 홍보 없이 과태료부터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쓰레기 배출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쓰레기 분류를 외워야 하는 나라", "이럴 바엔 음식물 쓰레기 검사 자격증이라도 따야겠다", '인력이랑 시간 낭비 말고 큰 건들이나 잡아라"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면서 전국 단일 기준을 만들고 충분한 홍보와 계도 기간을 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