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엔 강남 아파트가 오릅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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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주방거리에 폐업 중고 주방가구들이 넘쳐나고 있다. 사진=김병언 기자
황학동 주방거리에 폐업 중고 주방가구들이 넘쳐나고 있다. 사진=김병언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5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1.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하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해 성장률 전망치가 0.8~0.9%로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외경제 여건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내수경기도 나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경기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98.4를 기록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상점가 음식점이나 술집은 비어 있는 자리가 더 많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철거 비용과 세무 정산 등의 비용이 없어 폐업하지 못한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입니다.

반면 강남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기 이전부터 주택시장에서는 매수세가 늘어났습니다. 경기가 나쁘고 경제 상황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불안한 경제 상황이 주택 수요를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주택시장의 매수자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입니다. 임차인이 있는 집은 팔기도 어렵고 제값을 받지도 못합니다. 과거에 비해 갭 투자 수요가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은 주식이나 여타 자산처럼 투자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한경DB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한경DB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부부, 은퇴를 대비해 다운사이징에 나선 베이비부머까지 구입 목적은 다양하지만, 주택이 필수재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투자보다는 생활자산 확보를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습니다.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물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환율 또한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원인입니다. 올해 6월 도입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 등 환경과 안전 규제 또한 공사비를 높이고 있습니다. 모든 물가가 오를 때는 실물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불확실할수록 강해지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주택 수요를 늘리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안전자산은 강남 아파트입니다. 모든 자산이 녹아내리는 상황에서도 강남 아파트는 그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안전자산은 변동성이 크지 않습니다.

베이비부머 은퇴로 증여나 상속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부의 이전 측면에서도 강남 아파트는 매력적입니다. 증여세율이 높지만, 미래의 강남 아파트 가격은 훨씬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하는 분이 많습니다. 지금 현금을 증여하는 것보다는 강남 아파트가 더 매력적인 증여의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강남 아파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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