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절차 '한 달'…입점 브랜드 철수, 출고 지연까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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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보장 없어 여름 신상품 출고 보류하기도
대금 미지급 장기화…중소기업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
일부 패션 브랜드 철수하거나 출고 지연 겪어
홈플러스에 입점했던 한 여성 의류 브랜드는 지난달 31일부로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서 철수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대금 정산 지연 등 복합적 문제가 작용해 철수를 결정했다”며 “향후 재입점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브랜드가 입점해있던 서울 지역 한 홈플러스 매장을 찾아가 보니 브랜드 간판이 흰색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매장 내부 역시 옆 매장 상품들로 채워진 상태였다.한 달 치 대금이 수차례에 나눠 지급되면서 홈플러스 입점 매장의 신상품 출고를 미룬 브랜드도 있다. 아동복 브랜드 아가방은 지난주까지 홈플러스 입점 매장 대상으로 여름 신상품 출고를 보류했다. 정산이 약속된 날짜에 제때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판단 하에 본사 차원에서 리스크를 줄이려 대응한 것이다. 실제 지난 28일 예정됐던 정산이 사흘가량 지연되자 입점 업체들은 정산일이 다가올 때마다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홈플러스에서 아가방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한동안 여름 신상품 입고가 안 돼서 마음고생을 좀 했다”며 “팔 물건이 없어 불안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출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귀띔했다.
대금 미지급 장기화…“중소 기업은 버티기 어렵다”
대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되면 여파가 점주 개인을 넘어 기업 전체로 확산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점주 수수료 지급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 자금으로 감당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재무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유동 자금이 바닥나면 협력 점주, 본사 직원, 물류 등 연쇄적 피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입점 브랜드 이탈이 늘면 손님들 발길이 끊기고 결국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홈플러스 회생도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의 곳간이 비는데 당연히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마트와 계약 관계를 맺은 기업 중에는 중소·중견 기업들도 굉장히 많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한 달만 대금을 못 받아도 파산 위험이 커지는데 과연 그런 부담을 안고 계약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미정산 대금 지급이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출연 규모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약 5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일각에선 홈플러스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