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 풀린 대조1·철산8…재건축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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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해결사' 된 서울·경기도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공사비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조합과 시공사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해결책 도출을 유도한다. 분쟁 장기화로 조합원 비용이 늘어나고 주택 공급이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공공기관의 중재로 공사비 갈등이 마무리되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15곳에 전문가 직접 파견
대조1구역·이촌 현대 등 정상화
경기도, 광명 철산8·9단지 중재안
조합 "지자체 개입 땐 검증 수월"
시공사 "지자체가 창구 역할"
◇서초 메이플자이 등 중재 중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은 서울시의 중재 노력으로 1년여 만에 정상화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서 합의안을 끌어냈다. 동작구 노량진6구역도 서울시 중재로 협의했다. 일단 노량진6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조합은 시공사인 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 3.3㎡당 공사비 739만원 증액에 합의했다. 기존 공사비보다 49% 인상된 수준이다.
서초구 ‘메이플자이’도 서울시가 주거사업협력센터를 통해 조정에 들어갔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신반포4지구 조합에 4800억원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직접공사비 부분은 조합에서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맡겼고, 나머지 간접공사비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는 이르면 오는 6월 초께 나올 전망이다.
천호1구역, 노량진8구역 등도 조정을 진행 중이다. 노량진2구역 조합 역시 서울시에 조정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개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화의 창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과 시공사 모두 “지자체 개입 환영”
경기도는 지난해 1월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파견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공사, 법률, 예산, 회계, 건축, 토목 등 주요 분야 전문가 50명이 참여했다. 매월 공사비 현황 등을 검토하고 분쟁 대상지마다 필요한 전문가를 파견한다. 경기 의왕, 수원, 안양, 광명 등에서 공사비 증액에 관해 중재안을 제시해 본계약이 체결되거나 구두 합의에 들어갔다.그중 한 곳이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다. 경기도는 재건축 조합에 596억원의 공사비 중재안을 보냈다. 이달 초 시공사인 GS건설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103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조합과 건설사는 중재안을 놓고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았고 520억원 인상안에 합의했다.
조합과 시공사 모두 기본적으로 지자체 개입을 선호한다. 소송으로 가는 것보다 조용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합에 요구하면 (관련 자료를) 대부분 받을 수 있어 더욱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증액을 요구하지 않으면 배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허가 등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개입하면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