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춘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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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거리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은 한순간 화려하게 빛나다가 이내 바람에 흩날려 사라진다. 싱그러움 가득한 연초록 새잎도 봄비를 머금고는 어느새 짙은 녹음으로 변해 버린다. 그래서인지 봄이 가져다주는 짧은 향연과 절정의 순간들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임을 알지만,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밤새워 나누고 싶은 옛 친구처럼 ‘내 곁에 좀 더 천천히 머물다가는 봄’이 되면 좋겠다. 봄은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며 새록새록 싹을 틔우고, 나뭇가지가 파릇파릇해지면서 다시금 세상을 숨 쉬게 한다.
이렇듯 봄은 자연의 경이로운 변화를 선사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새로운 도전과 출발에 대한 설렘과 다짐이 삶을 견디는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줍게 맺힌 꽃망울이 새로운 희망을 속삭이는 계절, 팍팍한 삶에 찌들어 있던 묵은 때를 훨훨 떨쳐 버리고 ‘활력 넘치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봄’이 되면 좋겠다.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재해와 어지럽고 불안정한 세상 속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곁을 찾아와 희망의 싹을 틔운다. 마음속엔 여전히 길고 어두운 겨울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분들도 하루빨리 봄의 온기가 스며들어 상처받고 지친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바란다.
또한 녹록지 않은 경기 상황 탓에 요즘 특히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잠시나마 봄의 따스함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숨을 고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마주한 노란 개나리 한 송이가 위로가 되듯, 삶의 구석구석에 숨은 봄의 흔적들이 희망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바람이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게 하듯,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희망을 주고 힘이 되는, 마음마저 따뜻한 봄’이 되면 좋겠다. 작은 배려 한마디, 눈빛 하나가 이 계절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향기로운 꽃 내음이 가득한 4월, 모든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완연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우리 모두에게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