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17% 손실에도…개미 '美 사랑' 여전

TIGER S&P500 등 美 ETF
1분기 순매수 상위권 휩쓸어
"추가 하락 가능성 주의해야"
국내 개인투자자가 올해 들어 해외 주식에서 20% 가까운 손실을 보고도 공격적인 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는 지난달 61만4621건으로, 상승장이던 지난 1월 61만9423건과 차이가 없었다. 매도는 같은 기간 46만8453건에서 44만133건으로 되레 줄어 매수 일변도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지만 미국 주식은 결국 상승할 것이라는 서학개미의 기대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올 1분기 국내 상장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도 미국 지수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대부분이었다. NH투자증권이 분석한 개인 고객의 올해 1분기 순매수 1위 종목은 ‘TIGER 미국S&P500’ ETF가 차지했다. 이런 미국 지수 기반 ETF는 10위권 내에만 ‘TIGER 미국 나스닥100’(3위), ‘KODEX 미국S&P500’(5위), ‘KODEX 미국나스닥100’(7위) 등 네 종목이 포진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국내 상장 종목 순매수 상위 1~5위가 모두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였다. 40대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미국 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였다. 50대는 상위 10개 중 2개만 미국 지수 ETF였고, 60대는 전 종목이 국내 주식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미국 지수 기반 ETF를 공격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둔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미국의 상호관세는 단순한 협상 전술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 구조를 재편하려는 영구적 조치일 수 있다”며 “다른 국가의 보복 조치가 격화하면 S&P500이 44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개인 고객의 투자 수익률은 국내 주식 0.36%, 해외 주식 -17%였다. 작년 4분기 국내 주식에서 -9%, 해외 주식에서 18% 수익을 낸 것과 정반대 결과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