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전투기 개발 '낙수 효과'…반도체·통신·항공분야 폭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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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민간 기술의 융합6세대 전투기 개발은 군사력 증강을 넘어 제조, 위성통신, 정밀 센서, 소재산업 등 수천 개 우주항공 협력업체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국방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군민(軍民) 융합 효과’를 불러온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RTX(옛 레이시온) 외에도 수천 개 중소 협력사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공중 지배 전투기(NGAD) 프로그램은 군사 기술과 첨단 민간 산업 기술이 융합되는 대표 사례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컴퓨터 기반 설계(CAE)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다.
제작 전 가상 공간에서 먼저 설계하고 최적화한 뒤 실제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을 도입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테스트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군수 대기업과 중견, 신생 기업이 저마다 보유한 항공기 설계, 인공지능(AI) 기반 시뮬레이션 등 핵심 기술을 결합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첨단 방위산업뿐 아니라 민간 항공, 뉴스페이스, 차세대 반도체, AI 소프트웨어(SW) 등 다양한 분야로 신기술이 퍼지는 낙수효과가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은 6세대(6G) 통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 모두 위성 네트워크와 전투기의 실시간 연계를 통해 적 탐지, 통신, 항법 지원 등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위성 통신, 우주 감시, 정밀 항법 기술 개발을 자극해 우주 방위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군사 분야뿐 아니라 6G 기반 초고속 데이터 전송, 자율주행, 스마트 도시 인프라와 같은 민간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은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 안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택”이라며 “한국도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통해 방산을 넘어 우주항공산업 전반의 기술 자립과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방산 시장 규모가 2023년 2조1130억달러에서 지난해 2조2430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