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엔화가치 올리나…베선트 "관세협상 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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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달러 강세·엔화 약세로미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에서 엔화 가치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과도한 엔저에 미·일 정부 모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올리는 데 뜻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제조업 경쟁력 하락" 인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8일 일본과의 상호관세 협상과 관련해 SNS에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라며 “관세, 비관세 무역 장벽, 통화 문제, 정부 보조금과 관련한 생산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율을 협상 아젠다로 삼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상호관세 발효 전인 지난 7일 전화로 관세 문제를 협의한 뒤 협상을 이끌 담당 장관을 지정했다. 미국 측은 베선트 장관이 담당자다. 일본에선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협상을 주도하고 환율과 관련해선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를 문제 삼아왔다. 일본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과도한 엔저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간헐적으로 엔화를 사들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입 물가를 잡기 위해 엔화 약세를 시정하는 방향으로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미·일이 협조 개입에 나서더라도 외환시장 규모가 너무 커진 탓에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러 약세 유도는 인위적 환율 조작을 금지한 주요 7개국(G7) 합의에도 어긋난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는 환율 조작을 피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향후 협의에서 참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과도한 엔저가 사라지면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행은 지난해부터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