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세계국채지수 편입 내년 4월로 연기…환율 안정효과도 늦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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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투자테스트 시간 달라" 요청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늦춰졌다. 이에 국채 금리 하락과 원·달러 환율 안정 같은 편입 효과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올해 사상 최대인 201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인 데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계획 중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자금 유입 기대에 찬물
국채금리 하락 효과도 지연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FTSE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변경한다고 9일 발표했다. 편입이 시작되는 시점은 5개월 미뤄졌지만 편입이 완료되는 시기는 내년 11월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4~11월까지 매달 편입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WGBI 편입이 결정된 뒤 편입 시점이 미뤄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편입 시점이 늦춰진 이유를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절차 마련을 위한 준비 기간을 추가로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WGBI 편입으로 유입될 해외 자금의 20~3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큰손이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대통령 탄핵 등 정국 불안도 영향을 줬냐는 질문에 “국제시장의 신뢰 문제였다면 편입 자체를 재검토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비중도 2.05%로 소폭 줄었다. FTSE러셀은 작년 10월 편입을 확정하면서 한국 편입 비중이 2.22%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6개 편입 국가 가운데 비중이 아홉 번째로 크다는 점은 변함없지만 한국 시장으로 흘러들 자금이 그만큼 줄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진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11월부터 최소 560억달러의 해외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면 국채 금리가 평균 0.2~0.6%포인트가량 하락해 연간 최대 1조10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효과들이 모두 내년으로 미뤄졌다.
최소 10조원의 추경을 편성할 예정인 정부의 자금 조달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추경 재원인 세계잉여금이 2185억원으로 바닥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