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SK, 미래 내다본 베팅 통했다

인수 이후 시설투자 3조→18조
SK하이닉스의 역사는 1983년 현대전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전자는 1986년 반도체 연구소를 세우고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빅딜’ 구조조정 일환으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넘어왔다. 3년 뒤인 2001년 경영 악화로 채권단 관리를 받기 시작했고, 이후 10년간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2011년 1분기(3228억원)와 2분기(4468억원) 하이닉스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감소했다. 채권단이 6월 하이닉스반도체 3차 매각 공고를 냈지만 시장에선 ‘불발’을 점쳤다.

SK그룹이 그해 7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자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SK그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엔 ‘기술’과 ‘글로벌’이란 무기가 있다”며 인수를 밀어붙였다. 하이닉스반도체는 3조4267억원에 SK 품에 안겼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012년 3월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최 회장은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SK가 인수하기 전인 2011년 3조5000억원이던 시설투자액은 2024년 17조9650억원까지 늘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공에도 중장기 투자가 있었다. 2013년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였다. 시장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지만 10년 넘게 꾸준히 투자했고,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4세대 HBM(HBM3)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