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9시간, 보상은 6시간?”…근무시간이 모두 ‘근로시간’은 아니다[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당직근무등은 실제 업무와 밀도 달라
기여도 낮은 시간, 차등 보상 가능
영업직 등 성과 기준 보상 확대

시간 중심 체계, 현실과 괴리 커
시간보다 실질 업무량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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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은 노동법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근로관계는 근로자가 본인의 시간에 대한 처분권을 사용자에게 맡기고, 그에 대한 대가로 보상받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해당 시간 동안 어떤 근로를 얼마나 시킬지는 계약에 정함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 근로의 질이나 양과 관계없이 ‘시간’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간 단위 보상 개념은 초기 근로관계가 주로 생산 현장에서 발생했던 점에서 비롯됐다.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전형적인 환경, 즉 정형화된 근로가 제공되고 그 속도를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었던 상황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그러한 사업장에서는 ‘시간’만을 변수로 삼아 급여액을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근무한 시간이 많으면 실제로 근로도 많이 제공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따라 시간외근로수당 등의 보상액을 책정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일은 달라졌는데, 보상은 그대로 시간에 따라?

그러나 현대의 근로관계에서는 ‘시간’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업직의 경우 근무시간보다는 판매 실적 등 실제 성과가 근로의 본질적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영업 인센티브’가 급여체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 사무직도 사실상 시간보다는 실질적인 기여나 성과가 보상에 더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 다만 시간 외에 객관적인 기준을 정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면서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시간’에 기반한 보상체계는 실질적 근로와 근무시간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불합리를 가져올 수 있다. 근무 특성상 근로 제공의 정도와 근무시간이 불일치하는 것이 명확한 경우, 전체 근무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고 실질적인 노동 강도를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한정하는 법적 해석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대법원은 병원의 당직근무 관련 판결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근무 밀도가 낮은 대기성 단속적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본래 업무에 실제로 종사한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4년 11월 14일 선고 2021다220062 판결, 1995년 1월 20일 선고 93다46254 판결 등).

즉, 당직근무 중 본래 업무와 동일한 밀도로 근무한 시간만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며, 단순히 대기한 시간 등 밀도가 낮은 시간은 법정수당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는 당직 외에도 근로 밀도가 낮은 유사 사례에 적용할 수 있다. 해외 출장 중 장시간 항공기 이동 시간이나 사내 야유회, 체육대회 참석 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시계는 모른다”…실질적인 보상체계 마련해야

반대로 근무시간이 동일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높은 기여를 한 경우에 대한 추가 보상은 법적으로 규율되지 않고 있다. 이는 근로계약과 급여체계를 통해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할 부분이다.

사용자로서는 실질적인 근로 제공과 본질적 기여에 따른 형평성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간’만을 기준으로 한 보상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불합리와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중요한 역할과 아이디어 제공 등으로 기여도가 높은 직원에게도 단순히 시간 기준으로 동일한 보상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인 불평등을 가져오고 직원의 만족도를 저하하는 원인이 된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나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이라는 국내 현실 역시 본질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보상체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8기) 합격 후 15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10년간 법무법인(유) 광장 노동팀에서 근무 후 법무법인(유) 율촌 노동팀에 지난 2019년 합류하였다. 징계/해고/임금/불법파견/근로자성 등에 관한 전통적인 노동 송무 및 자문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M&A Deal의 HR 부문에도 다수 관여하였고, 외국기업의 자문·송무도 주요 업무로서 수행하여 왔다. 또한 성희롱/괴롭힘 사건, 노조 및 쟁의행위 대응 업무, 프로젝트 업무(유연근무제 도입, 불법파견 점검, PMI 등), HR 측면의 개인정보 이슈 등에도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