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늘 당 대표 사퇴…조기 대선 향한 본격 레이스 시작
입력
수정
이 대표 9일 오전 마지막 최고위 주재 후 사퇴 예정
55일간 짧은 대선 레이스, 여야 잠룡들 잇따라 출사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당 대표직에서 공식 사퇴한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 경선 출마자는 당직을 내려놔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출마 선언을 통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 당헌상 대선 출마를 위한 당직 사퇴 시한은 대선일 기준 1년 전이지만 대통령 궐위 등 비상 상황에서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번 조기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2017년 대선 이후 8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 사퇴 후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 대선 준비에 나선다. 이 대표의 출마 선언은 메시지 구성과 형식, 장소 등을 고려해 다음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출마 메시지에는 '민생 우선'이라는 이 대표의 일관된 기조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대선 캠프는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로 꾸려질 전망이다. 선거대책위원장에는 5선 윤호중 의원이, 총괄본부장에는 3선 강훈식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병도·박수현 의원 등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표의 정책 공약을 개발할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이 오는 16일 출범한다. 유종일 전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허민 전남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경제 성장 전략 개발에 힘을 보탠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세론에 맞서 다른 주자들도 속속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지난 7일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지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경선으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출국에 앞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경제위기 극복 방안과 개헌 등 정책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는 경선 기간에는 지사직 유지가 가능하지만 본선 후보가 될 경우 선거일 30일 전인 5월 4일까지는 사퇴해야 한다.
이외에도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며,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재명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진보당에서는 김재연 상임대표와 강성희 전 의원이 대선 도전에 나섰다.
보수 진영도 대선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황교안 전 총리, 이철우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날 대선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각각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한 주요 선거 일정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 등록은 5월 10~11일 이틀간 이뤄진다.
한편 민주당은 당내 경선룰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은 약 3주간 경선을 치른 바 있으며, 이번에도 압축 경선이 유력시된다.
다만 야권 인사들이 제안했던 '범야권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 규모나 방식 면에서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정치 상황 속에서 여야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지고 있다. 압축된 시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가 민심을 잡을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