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채 'WGBI 선진그룹' 편입 연기…올해 11월→내년 4월

추경 편성 공식화했는데…정부 '난감'
기재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 아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이 WGBI에 편입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최혁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이 WGBI에 편입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최혁 기자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늦춰지게 되면서 올해 기대했던 선진국 자금 유입, 국채 조달 비용 경감 등 편입 효과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이번 조치는 한국의 정치 불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 측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 상황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변경했다.

우리나라는 당초 올해 11월 WGBI에 편입돼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다.

편입 시점은 미루어졌지만, 편입 완료 시기는 내년 11월로 동일하다. 내년 4월 당초보다 늦게 편입이 시작되지만, 분기가 아닌 매달 편입 비중을 높여가며 내년 11월까지 편입을 마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입이 연기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편입 기대효과도 미뤄지게 됐다.

이는 2년째 계속된 대규모 '세수 펑크'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을 공식화하고 재원 조달 방법을 고민 중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기재부 측은 이번 편입 시점 변경에 대해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입 연기로 투자자들에게 관련 절차 개선을 위한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이 편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당초 분기별로 편입 비중을 확대하는 것에서 월별로 편입 비중을 확대하기로 변경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 수월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편입 개시 시점은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일본은 국채를 주문하려면 우리와 달리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테스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일본 투자자들이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등에 따른 한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른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이 편입 연기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투자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줄하향하는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내린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전날 이를 0.9%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지금까지 WGBI 편입이 결정된 뒤 편입 시점이 미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과거 중국도 WGBI 편입 계획이 조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투자 인프라 이슈로 편입 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다.

정부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FTSE 러셀 측이 정부에 제도 개선을 추가로 요청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과의 소통, 확고한 개방 의지 등을 높이 평가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 자체의 문제였다면 편입 시기 조정이 아닌 편입 완료 시점 연기 등 다른 옵션을 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