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유명한 사람이야?"…딸에게 정체 들킨 세계2위 매킬로이 [여기는 마스터스]

'차세대 황제' 매킬로이, 16번째 그린재킷 도전
올 시즌 2승 거두며 경기력 최고조
마스터스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 '관심'
"나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일 뿐
숱한 좌절 겪어내고 회복한 나 자신 자랑스러워
생애 단 한 곳서만 골프? 당연히 오거스타"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달 17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딸 포피에게 키스를 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달 17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딸 포피에게 키스를 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아빠,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딸 포피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그가 완벽한 우승을 거둔 다음날이었다. "포피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어요. 이제야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된 것 같더군요."

매킬로이는 잠시 고민을 한뒤 "너에게 누가 얘기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거야"라고 답해줬다고 한다. 그는 "제가 최고의 성과를 거둔 순간을 포피와 에리카(매킬로이의 아내)와 공유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며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지만 저의 곁에 포피가 함께 하고 이번주 이곳에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미소지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을 앞두고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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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커리어 최고의 순간에 도전한다. 10일 개막하는 마스터스는 그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그는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마스터스에서는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마스터스 우승만 추가하면 생애 동안 4개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진 사라센, 벤 호건, 개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단 5명이다.

'황제' 타이거 우즈(50·미국)가 빠진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최고의 스타는 단연 매킬로이다. '차세대 황제'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스타성을 가진 그는 올해 벌써 2승을 거두며 그 어느 때보다 마스터스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마스터스 우승을 누구보다 갈망하지만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던 서사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몇주간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마스터스와 관련된 해석을 낳고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우승을 바라는 만큼, 이같은 관심 역시 그에게 부담이 될 상황. 하지만 그는 "그냥 저를 둘러싼 여러 소음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도 1년 내내 치르는 여타 대회와 마찬가지로 대할필요가 있다"며 "이 대회가 열릴 때마다 많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하려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몇년간 기복을 겪었지만 올해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출전한 11개 대회 가운데 8개 대회에서 톱5에 들었고, 2승을 올렸다. 16번째 마스터스 출전을 앞두고 그가 이 대회 이전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오랜 메이저 우승 가뭄을 끊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매킬로이는 2014년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 소식이 끊긴 상태다.
사진=AFP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3년 US오픈에서 윈덤 클라크(미국)에게 1타 차로 준우승했고, 지난해 US오픈에서는 마지막 홀 2m 퍼트를 놓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역전패했다. 한동안 투어 활동을 쉬어야했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는 털어냈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래도 인생은 흘러간다.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이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조금 더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 역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다. 올해로 16번째 출전, 2022년 거둔 준우승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23년에는 커트탈락하는 악몽을 겪었고, 작년에는 공동 22위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얻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스터스이지만 매킬로이는 오히려 더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3주 가량은 투어활동을 쉬었지만 올해는 직전 대회만 쉬었다. 일주일간 플로리다 자택에서 다소 불편을 겪었던 팔꿈치 상태를 점검하고 스윙을 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오거스타 내셔널에 대한 애정과 그린재킷에 대한 열정은 숨기지 않았다.

"어린시절 봄날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 이 대회를 보면서 골프와 사랑에 빠졌고, 19살에 매그놀리아 레인을 처음 들어선 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설레었던 때죠. 일생에 단 한 곳에서만 골프를 칠 수 있다면 저는 이곳을 택할 것입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