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들이더니 드디어…신세계의 '야심작' 문 열었다

'헤리티지관' 10년 공들여 문 열었다
명동타운 전략 완성
1~2층엔 국내 최대 샤넬 매장
신세계백화점이 옛 SC제일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한 ‘더 헤리티지’을 개관했다. 국내 최대 샤넬 매장과 함께 한국 전통문화·VIP 콘텐츠 등도 들어선다. 헤리티지관 개관으로 신세계의 '명동타운' 전략도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샤넬 매장 들어서


9일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명동 SC제일은행 건물을 재단장한 '더 헤리티지'를 이날 개관했다고 밝혔다. 새로 개관한 더 헤리티지 1~2층에는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국내 최대 매장을 열었다. 샤넬과 오랜 기간 협력해온 건축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가 설계를 맡았고, 샤넬 하우스의 코드, 파리의 세련미, 장인 정신, 과감한 현대적 요소를 담아냈다.

VIP 고객들을 위한 쾌적한 공간은 물론 기성복, 핸드백, 슈즈를 위한 전용 공간은 물론 워치 & 화인 주얼리 전용 살롱도 갖추고 있다. 또 피터 마리노가 직접 선정한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70여 점 이상의 예술 작품, 오브제 및 가구가 전시됐다.

4층에는 대한민국 유통의 발자취를 담은 역사관과 고품격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마련됐다. 신세계가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유물과 사료를 디지털로 전환하여 모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1930~50년대 서울의 중심지였던 남대문 일대와 신세계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전을 개관전으로 준비했다. 이후에는 설치미술,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전시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5층은 한국의 전통적인 먹거리와 예술품을 갖춘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마련됐다.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담은 전시가 열리거나 장인·작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한국의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원데이 클래스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강연, 워크샵 등이 주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세계 한식연구소에서 한국의 디저트를 연구해 직접 개발한 메뉴를 소개하는 ‘디저트 살롱’과 옥상 정원 등도 조성되어 모두에게 개방된다.

지하 1층에는 한국의 전통적 감성을 담은 공예 기프트샵이 마련됐다. 장인·작가들과 협업한 독점 상품과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의 정체성을 담은 선물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박에도 프랑스의 럭셔리 크리스털 브랜드 ‘라리끄’와 ‘바카라’, 명품 식기 브랜드 ‘크리스토플’,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뱅앤올룹슨’까지 지하 1층에 함께 문을 열었다.

○90년 역사 은행 건물이 부티크로


더 헤리티지로 새롭게 태어난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은 1935년 준공돼 조선저축은행이 쓰다 해방 이후엔 제일은행이 2015년까지 사용해왔다. 한국산 화강석을 사용해 마감한 네오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한국 전쟁 때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건물 중 최초로 국제 현상 설계를 거쳤고, 철골·철근 구조를 가진 첫 은행 건물이라는 점에서 건축사적 가치가 커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이 건물을 매입해 10년간 공들여 리모델링해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더 헤리티지’ 개관에 맞춰 신세계백화점의 역사가 태동한 본관을 ‘더 리저브’로, 2005년 개관한 신관을 ‘디 에스테이트’로 새롭게 명명한다. 앞서 3월에 선보인 ‘디 에스테이트’,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더 헤리티지’에 이러 ‘더 리저브’도 압도적인 럭셔리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단장에 나선다.

이후 ‘더 리저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이 완성되면, 럭셔리 브랜드부터 컨템포러리 패션까지 아우르는 ‘디 에스테이트’와 함께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명실상부 서울의 대표 럭셔리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신세계 명동타운화 전략 완성


신세계는 올해 대대적인 백화점 리뉴얼·리브랜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타운화 전략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도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 더 헤리티지 개점을 시작으로 본점 타운화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의 타운화 전략은 ‘오프라인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 상권에서 쇼핑, 외식, 예술, 엔터테인먼트, 볼거리 등의 수요를 한 번에 충족시키는 전략이다. 작년 12월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 스퀘어를 선보인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신세계 본점이 위치한 명동이 외국이 찾는 '관광 1번지'이자 국내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곳이라는 점도 신세계가 명동타운화 전략을 택한 배경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에 위치한 숭례문을 비롯해 현재는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한국은행 본관 등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문화재가 즐비하다.

또 남산공원 초입에 위치한 덕분에 본점 식품관에선 상품을 구매해 남산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신세계스퀘어에서 K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브랜드를 갖춘 백화점에서 쇼핑과 미식도 함께 즐기며, 면세점에선 면세 쇼핑까지도 가능해 오프라인 쇼핑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입국은 2021년 97만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637만명까지 늘어나 팬데믹 이전(2019년 / 1750만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본점도 외국인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외국인 구매 객이 2022년 241%, 2023년 514%, 2024년 458% 증가하는 등 매년 수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신세계의 모든 역량과 진심을 담아 ‘더 헤리티지’를 개관했다”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관광의 즐거움과 쇼핑의 설렘, 문화의 깊이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