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끼 또 입을거야?"…마스터스가 데이에게 물어본 까닭 [여기는 마스터스]

제이슨 데이 "오거스타로부터 대회 전 의류정보 요청받아"
작년 마스터스 경기 중 말본 조끼에 경고 받고 바꿔입어
"올해 의류에 변경 요청… 마스터스 결정 존중"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 잔여경기에서 제이슨 데이가 말본 조끼를 입고 경기중인 모습. 그는 이 조끼에 대해 마스터스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이어진 2라운드에서 바꿔입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 잔여경기에서 제이슨 데이가 말본 조끼를 입고 경기중인 모습. 그는 이 조끼에 대해 마스터스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이어진 2라운드에서 바꿔입었다. AP연합뉴스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회원제 골프장이자, 보수적인 곳으로 꼽힌다. 대회장에는 상업광고판을 하나도 걸지 않고, 대회를 관람하러 온 갤러리들에게도 청바지 착용을 금지한다. 코스 내에서는 달리는 것도 금지돼있다.

올해는 오거스타 내셔널이 한 선수에게 마스터스에서 입을 복장을 사전에 물어본 뒤 "다른 옷을 입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회 주최측에서 선수들의 복장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인공은 제이슨 데이(36·호주)다. 그는 9일(한국시간) 유튜브 채널 '스크래치(Skratch)'에 출연해 "마스터스 측에서 이번 대회에서 입을 복장 스크립트를 요청했다"며 "의견을 받아들여 애초 계획보다 무난한 옷을 입기로 했다"고 말했다.

데이는 2011년 이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그간 골프계에서 데이는 복장으로 화제가 된 적이 없는 평범한 패션감각을 가진 선수였다.

그런데 작년 마스터스에서 문제가 됐다. 데이는 지난해부터 말본골프의 의류를 입고 투어를 뛰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골프웨어'를 내세워 과감하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로 젊은 골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다.

지난해 마스터스 둘째날, 데이는 1라운드 잔여경기에 말본이 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의상을 입고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섰다. 가슴에 파란색과 빨간색 글씨로 "No. 313. Malbon Golf Championship"이라고 크게 적힌 니트 조끼였다. 마스터스 측은 곧바로 이 옷을 입지 말라고 요청했고, 데이는 이어진 2라운드에서는 이 조끼를 입지 않았다. 당시 3라운드를 마친 뒤 데이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정중하게 '여기는 대회를 위한 곳'이라고 했고, 나는 그것을 이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 오거스타 내셔널이 데이에게 의류 관련 정보를 요청한 것은 데이 자신에게도 처음 생긴 일이다. 그는 "말본과 준비한 옷에 대해 오거스타 내셔널은 변경을 요청했다"며 "처음 제출했던 복장을 허용해줬다면 작년보다 더 과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데이는 "작년처럼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회는 늘 그런 톤을 가져왔다. 저 역시 항상 가능한 예의를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