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냈다고 떠나라고?…'추방 공포'에 떠는 美 유학생들

경미한 사고도 비자 취소 잇달아
한국 유학생들 극도로 몸조심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추방 당한 브라운대 라샤 알라위 박사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사진=AP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추방 당한 브라운대 라샤 알라위 박사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 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형사범죄가 아닌 과속운전 등 경미한 법규 위반에도 유학생 비자가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도 곳곳에서 이런 처분을 받아 한인 변호사들에게 상담을 문의하는 실정이다.

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여러 대학에서 최소 39명의 학생 비자가 사전 예고나 명확한 설명 없이 미국 정부에 의해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UC버클리, UCLA, 스탠퍼드 등의 대학 당국이 밝힌 사례를 합한 수치다.

학생들이 온라인 데이터 시트에 본인이 당한 일을 써넣는 방식으로 스스로 밝힌 사례들은 이보다도 훨씬 더 많으며, 대학 수도 50개에 이른다. 이들 역시 지난 4일 즈음에 비자가 취소됐다. 이 중에는 과태료나 과징금 등 법규 위반 기록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일하는 한 이민 변호사는 "지난 3일 한 학생으로부터 첫 전화를 받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그때는 일회성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말다툼해 입건됐다가 소명이 이뤄져 무혐의 처분을 받고 담당 판사가 체포 기록과 생체정보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는데도 비자가 취소됐다는 사례, 운전면허증이 만료된 상태에서 교차로에서 회전하다가 접촉사고를 낸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 등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국 유학생 중에서도 피해를 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뉴저지에서 근무하는 한 한인 변호사는 "지난 4일에만 비자 취소로 인해 곤란을 겪은 한인 유학생 2명이 상담 요청을 해 왔다"고 말했다. 부모 없이 혼자서 유학을 온 한국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한국 유학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LA에 있는 한 한국 유학원 관계자는 "우리 유학원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로부터 대학 측에서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유학원에서 관리하는 고등학생들에게도 주의를 줬다"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실을 범죄행위에 악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스턴 소재 노스이스턴대학은 최근 학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미국 정부는 비자 발급에 참고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훑어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외국 학생과 방문교수 등을 정조준해 벌어지는 사기에 유의해 달라"며 "어떤 정부 당국자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즉각적인 금전 요구, 추방 협박, 민감한 개인 정보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