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악몽에 피난 행렬…하루 만에 2000억 몰렸다 [분석+]

초단기채 펀드 설정액 40조 육박
최근 한 달 동안만 2조 넘게 증가
MMF, 7일에만 9500억 '뭉칫돈'
파킹형 ETF도 자금 유입 상위권
"단기채에 자금 묻고 기회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로 폭락장이 펼쳐진 지난 7일 하루 동안에만 초단기채 펀드에 2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 속 투자자들이 단기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을 피난처로 삼은 모습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초단기채 펀드 69개의 설정액은 지난 7일 기준 39조8023억원으로 최근 한 달간 2조1673억원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상보다 강한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코스피지수가 5% 넘게 급락한 지난 7일 하루 동안에만 2240억원 증가했다.

초단기채 펀드는 잔존 만기 1년 이하인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은행 정기예금 수준의 이익을 안전하게 챙기며 단기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단기채 펀드는 대부분 환매 수수료도 없어 유동성이 높은 편이다.

펀드별로는 '키움더드림단기채증권투자신탁[채권]'에 지난 7일 558억원이 유입됐다. 이어 '우리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 134억원과 '교보악사내일환매초단기우량채증권투자신탁[채권](운용)' 90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다 보니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긴 채권들은 평가손실을 보면서 물린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초단기채는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낮아서 지금 매수 고려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만기 1년 이내 단기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도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MMF 설정액은 지난 7일 기준 159조9065억원으로 이날 하루에만 9547억원 급증했다.

주식시장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도 마찬가지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전체 ETF 중 전날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1028억원)'로 집계됐다. 또 '1Q 단기금융채액티브(535억원·3위)'와 'RESE CD금리액티브(합성)(495억원·5위)'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은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들에 자금을 넣어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해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일괄적으로 10%의 기본관세와 국가별로 다른 상호관세를 매겼다. 상호관세는 한국 25%를 비롯해 △중국 34% △유럽연합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으로 발표됐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협상을 통해 세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생산 시설을 이전하거나 환율 절상 등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추가 비용이 수반돼 개별 국가들의 자산시장과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단기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많이 내린 상태로 가격적 측면에서는 매수 타이밍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도 "당분간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는 단기 투자 상품에 자금을 넣어두고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