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내년 4월로…"새 정부 경기드라이브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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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
기재부 "일본 투자가 연기 요청에 따른것"
올해로 기대됐던 국채 편입효과 사라져
국채금리·환율 오르고 투자심리 악화 우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FTSE 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변경한다고 9일 발표했다. 편입이 시작되는 시점은 미뤄졌지만 편입이 완료되는 시기는 내년 11월로 동일하다.
당초 우리나라는 올해 11월 WGBI에 편입돼 내년 11월까지 분기별로 25%씩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다. 편입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만큼 매 분기가 아니라 4~11월까지 월별로 편입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WGBI 편입이 결정된 뒤 편입 시점이 미뤄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과거 WGBI 편입 계획이 조정된 적이 있지만 투자 인프라 이슈로 편입 기간 자체가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다.
기획재정부는 WGBI 편입으로 유입될 자금의 20~30%를 차지하는 일본 투자자들이 투자 절차 개선을 위한 준비 시간을 추가로 요청하면서 편입 시점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분기보다 월별로 편입 비중을 확대하는 편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 수월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편입 개시 시점은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한다"라며 "일본은 국채를 주문하려면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테스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편입이 연기되면서 올해로 기대됐던 선진국 자금 유입과 자금 조달비용 감소,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완화 등 편입 효과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달러의 자금이 우리나라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인 데다 추가 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한 정부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국채 물량을 원활하게 소화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형 IMM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정부가 집권초기 강하게 경기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추경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올해 11~12월로 기대됐던 기관투자자의 매수물량이 줄어들면 국채발행물량 소화에 부담"이라며 "국내경기 부양의 장애물이 될 수 있고 장기 국채금리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시장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상당히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부과 이후 급격히 상승한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수석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올해 들어오지 못하면 환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날 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