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조립업자 "vs "바보 천치"…머스크·나바로 또 격돌

피터 나바로(좌)와 일론 머스크/사진=AFP
피터 나바로(좌)와 일론 머스크/사진=AFP
관세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관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또다시 미국 관세 정책의 총설계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고문을 "바보 천치"라고 공격했다.

8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나바로를 '정말 바보 천치(moron)'라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 더 멍청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일 나바로가 CNBC와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미국에서 조립만 할 뿐 부품을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나바로는 "테슬라가 부품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테슬라 전기차 부품의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 등에서 온다고 주장한 것.

머스크는 미국의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블루북이 2023년 조립 지역, 부품·엔진 원산지, 노동력 등을 기준으로 테슬라 4개 모델을 '가장 미국산인 차'(the Most American-Made Cars)로 뽑은 내용을 엑스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인 차다. 나바로는 벽돌 자루(a sack of bricks)보다도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또 "어떤 정의로든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로 미국산 비율이 가장 높다"며 "나바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인 론 바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론 바라는 나바로가 과거 여러 저서에서 자신의 관세 이론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전문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사실이 2019년 들통나 논란이 됐다.

머스크가 나바로를 저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5일 엑스에 한 사용자가 나바로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칭찬한 글에 "좋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그것이 자아와 뇌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한 비속어를 섞어가며 "나바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처럼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날 선 공방을 전하며 "최근 며칠간 서서히 고조된 머스크와 나바로 사이의 균열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내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고 해석했다.

백악관까지 두 사람의 갈등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머스크와 나바로가 "무역과 관세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진 두 개인"이라며 두 사람 간의 논쟁이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Boys will be boys). 우리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언쟁(sparring)하도록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연일 나바로를 공격하자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