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정책금융 2조원 추가 공급…전기차 보조금 확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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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내 자동차·부품에 25% 관세 부과
업계 피해 최소화 위해 정부 지원책 마련

정부는 또 전기차 보조금 확대, 개별소비세 감면, 공공 업무 차량 조기 구매 등 수출이 줄어든 자리를 내수가 메울 수 있도록 지원책을 시행한다.
아세안, 인도, 중동, 중남미 등 대체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에도 나선다. 세제, 인허가, 제도개선 등 지원을 통해 미래 차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
정부는 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부터 미국 밖에서 생산된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무차별 부과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25% 관세가 얹어진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 708억달러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9%(347억달러)가 대미 수출에서 나왔을 정도다.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규모도 82억달러에 달해 업계의 근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민간 전문기관들은 '수출 효자'로 불리는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25% 관세를 맞게 되면서 대미 수출은 약 6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완성차 업계의 영업이익이 10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정부는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위기에 몰린 자동차 산업에 긴급 정책금융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올해 자동차 분야의 정책금융은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2조원 확대된다. 추후 소진율과 관세 파급에 따른 기업 수요 변화 등에 따라 추가 공급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정부 지원에 호응해 현대·기아차도 금융권·정책금융 기관과 함께 1조원 규모의 상생 프로그램을 조성, 협력사의 대출·보증·회사채 발행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 경영 안정 자금' 지원도 확대된다. 관세 피해기업에 법인·부가·소득세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한다. 또 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년간 관세를 유예할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해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 '관세 대응 119'(코트라)와 '애로신고센터'(전국 중소기업청)를 운영하고, 전국 릴레이 상담회를 통해 부품 기업들의 관세 대응 역량 제고에 나선다.
정부는 수출이 줄어든 자리를 내수가 메울 수 있도록 수요 진작책도 시행한다. 제조사 할인 금액에 연동하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 종료 시점을 올해 상반기에서 연말까지로 연장한다.
정부 매칭 보조금 지원 비율도 기존 20∼40%에서 30∼80%로 확대한다. 현재 가격이 4500만∼5300만원인 전기차는 제조사가 가격을 500만원 이상 할인하면 할인액 중 500만원까지는 할인액의 20%, 500만원 이상 구간은 할인액의 40%를 보조금으로 산정해 주고 있다.
정부는 제조사 할인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이번에 700만원 이상 구간을 신설했다. 또 매칭 보조금 지원 비율을 80%로 정했다. 예컨대 5300만원짜리 전기차를 제조사가 700만원 할인해준다면 정부 매칭 보조금은 18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어난다.
신차 구매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적용(5%→3.5%)도 추가 연장을 검토한다. 이는 당초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었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올해 추진하는 업무 차량 구입도 조기 구매를 유도한다. 목표치는 상반기까지 계획 대비 70%, 3분기까지 100%를 구매하는 것이다.
수출기업을 위한 '수출 바우처'의 올해 예산을 기존 24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추가로 확대한다. 무역보험 지원 한도를 최대 2배로 상향하고, 단기 수출 보험료 60% 할인 등 조치를 당초 상반기 종료에서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자금·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자동차 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지원도 강화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추가 지정해 R&D·시설 투자 기업들의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또 자동차 청정 생산시설 범위를 도장에서 의장, 차체 등 여타 생산공정까지 합리적으로 확대한다.
특히, 올해 현대차그룹이 세운 시설투자, 전동화, 연구개발(R&D) 등 24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태스크포스(TF) 등 전담 담당관을 지정해 인허가 등을 밀착 지원한다. 또 올해 계획된 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현금 지원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령,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하고 수시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조해 관세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