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되니, 로이킴 왔다…있는 모습 그대로 [인터뷰+]

가수 로이킴 인터뷰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 발매
직접 작사·작곡…사랑·관계에 대한 고찰 담아
"오랜 사랑 비결? 트렌드 쫓지 않고 내 이야기 전해"
가수 로이킴 /사진=웨이크원 제공
가수 로이킴 /사진=웨이크원 제공
푸릇푸릇하게 돋아나는 새싹, 생기 넘치는 색을 내는 꽃까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졌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잠시의 쉼을 그려보기도 하는 이 계절에 음악은 빠질 수 없는 감성 자극 요소다.

마음이 일렁이는 탓인지 봄에는 유독 '추억의 노래'를 소환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슴 한편 깊은 곳에서 잠을 자던 봄노래들이 차트에서 빼꼼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봄이 왔다고 알 수 있을 정도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대표적인 봄노래 중에는 로이킴의 '봄봄봄'이 있다.

로이킴이 오랜만에 봄 시즌에 맞춰 사랑 내음 가득한 곡으로 돌아왔다. 최근 발표한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는 경쾌한 밴드 사운드가 돋보이는 모던 록 장르로,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따뜻함을 안긴다. 2023년 단독 콘서트에서 선보였던 미발매 곡을 정식으로 발매했다.

서울 모처에서 만난 로이킴은 "그동안 선보인 발라드와는 다른 곡"이라면서 "10년 넘게 같이 공연해 온 밴드 멤버들과 녹음, 믹스 마스터까지 함께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와서 말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운드를 구현하더라. 사운드로는 그동안 냈던 음원 중에서 가장 잘 뽑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있는 모습 그대로'는 로이킴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곡에 대해 그는 "제목 그대로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세상에서 세상이 만들어낸 완벽이란 모순에 인생의 기준을 빗대어 힘들어하지 말자고 말한다. 상대방이 완벽하지 않다고 나무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다면 세상에 싸움도, 전쟁도, 아픈 이별도 없을 것 같아서 예쁜 가사를 써봤다"고 설명했다.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정성스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이러한 가사를 쓴 이유를 묻자 로이킴은 "친구들이 결혼을 생각하는 나이가 됐고, 결혼한 친구도 많다. 그 친구들이 영원을 약속하는 순간 직전에 하는 고민이 조금 안 맞는 것들,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문제인지에 대한 거였다. 이미 유부남이 된 친구들도 고충을 털어놓는 걸 보면 상대방이 내가 추구하는 완벽,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 때 그런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일 수 없는 거고, 내가 아무리 완벽한 상대라고 생각해도 살다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거다. 그럴 때 위기를 유연하게 넘길 수 있으려면 나도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나에게 맞춰 바꾸려 하지 않고,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도 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바뀌지 않은 모습 그 자체를 사랑하고 이해해 보려고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꼭 사랑에 국한되지 않고 친구나 가족 관계에서도 이런 인간과의 관계를 추구한다면 내 마음도 편해지고 관계에서 문제도 안 생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가수 로이킴 /사진=웨이크원 제공
가수 로이킴 /사진=웨이크원 제공
봄에 신곡을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번 봄에 꼭 곡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봄봄봄'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그걸 이기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도 작위적인 것 같아서 그때그때 곡을 쓰고 발매할 때가 됐다 싶으면 발매하는 거다. 마음을 유연하게 가지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악 하는 열정도 사라지고 마음도 아파질 것 같다. 큰 파동 없이 너무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면 그 중간의 작은 미동이 행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걸어가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봄봄봄'과 관련한 얘기도 빠질 수 없었다. 로이킴은 "옛날 모습을 보면 부끄럽다"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런데도 '봄봄봄'은 내게 의미가 크다. 매년 봄이 올 때마다 이 곡 하나만으로 많은 분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고 찾아주는 곳도 많아지는 게 행복하다. 그 이후 12년 만에 '봄이 와도'를 시즌 송으로 냈는데 그것도 사랑받아서 봄이라는 계절은 항상 내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저작권료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솔직히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면서도 "봄마다 올라가긴 한다. 덕분에 맛있는 거 먹고, 남들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을 정도로는 들어왔다. 하지만 '봄봄봄'이 처음 나왔을 때의 양을 이길 순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저작권료 효자 곡은 '봄봄봄'이 아닌 '그때 헤어지면 돼'라고 밝혔다.

실제로 '봄=로이킴' 공식이 무색하게 로이킴은 지난해 10월에 낸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과 겨울에 낸 '그때 헤어지면 돼'까지 크게 히트시키며 계절을 불문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12년 방송된 Mnet '슈퍼스타K4'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이후 2013년 '봄봄봄'으로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은 로이킴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리스너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오랜 인기의 비결을 묻자 "'슈퍼스타K4'를 할 때 엄청나게 많은 분이 시청해 주셔서 나라는 가수와 얼굴을 대다수의 대중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했던 음악들이 트렌드에 맞게 자극적으로 찾아낸 것들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음악을 했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음악이 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신곡에 담은 그의 가치관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답이었다.

이어 "내 가사를 보면 폭넓은 위로와 위안에 관한 가사를 즐겨 쓴다. 힘든 시기에 와 있는 분들, 위로가 필요한 분들이 한 번이라도 듣고 힐링 됐다면, 그만큼 오래가는 음악도 없는 것 같다. 언제 찾아들어도 알던 맛 그대로 맛볼 수 있어서 위로가 필요할 때 계속 들어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수 로이킴 /사진=웨이크원 제공
로이킴의 소탈하고 솔직한 팬 소통도 화제다. 그는 "놀림당하는 모습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놀림 받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팬들이 10위 안에 들면 뭐 할 거냐고 해서 페스티벌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노래하겠다고 했다. 보기 싫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팬들은 보고 싶어 하더라. 옵션 중에 수염 레이저 제모를 해달라는 게 가장 많았는데, 막상 수염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아쉬워서 레이저 제모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1위를 하면 어떤 걸 보여주겠냐는 물음에는 "33년 가치관이 무너지는 행위만 아니라면 다 할 수 있다. 1등이라는 건 내 힘으로 만드는 게 아니지 않나. 차트에서 음원 성적이 올라가는 건 리스너들이 내게 덤으로 주는 선물이라 그분들을 위해 뭐라도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