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때려놓고 "자존심 강한 시진핑"…트럼프의 속내는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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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루스소셜에 “90일간
상호관세 일괄 10%로 하겠다" 공지
"사람들이 겁 먹어서 유예 조치"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협상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행동이었다는 겁니다. 베선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서 “오늘까지 기다리는 것은 대통령의 결정이었다”면서 “트럼프만큼 자신의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습니다. 일흔 다섯 개 나라가 연락을 해 왔는데, 이들과의 협상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90일 정도 유예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겁니다.
나스닥과 S&P지수, 다우존스 지수 모두 급등했습니다. 24년 만의 최대 랠리라고 할 정도이니 미국 주식 투자하신 분들은 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나스닥은 12%, S&P50은 9.5%, 다우존스는 7.9% 각각 뛰었고요. 미국 달러 인덱스는 101 수준까 떨어졌다가 90일 유예 소식에 상승해서 103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미국 10년 물 국채 금리는 오늘 장 초반엔 연 4.5% 위로 치솟았습니다만 관세 유예와 탄탄한 수요 확인에 힘입어서 연 4.3%대로 내려왔습니다. 금값과 유가도 많이 상승했습니다. 유가는 wTI는 약 4.9%, 브렌트유는 4.4% 가량 올라서 각각 배럴당 62달러, 65달러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값이 많이 뛰었는데요. 8.2% 상승했습니다. 금값은 3.6% 올라서 트로이온스당 3087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중입니다.

시진핑에 협상 메시지 계속 보내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전체적으로 상호관세 부과시기를 유예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현재 104%인 추가관세율을 125%로 한층 더 높였습니다. 이것은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이는 존경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다른 나라는 보복을 안 하는데 중국만이 보복에 나서고 있다는 걸 강하게 비판했습니다.중국은 미국에 쉽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제 미국이 50% 관세를 추가한 데 맞춰서 84% 보복관세를 미국산 상품에 부과하기로 한 것은 ‘끝까지 가보자’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늘 반응은 아직 중국이 이른 시간인 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 관세 인상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쉽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생각이 없다는 것이 중국을 오래 보아 온 전문가들의 평가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문을 열어두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은 합의하고 싶어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뿐”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은 자존심이 강한 남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도 합의할 것이며 모든 국가와 합의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런 합의가 공정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자신이 상황을 결정하는 사람이며 관대하다는 어투로 말한 겁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여러분은 관세 때문에 세계가 중국과 가까워질 거라고 주장하려 했겠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효과를 봤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연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이 있고 소비자가 있는 미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대로 버티면 중국만이 고립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갈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보복을 비난하면서도 협상장에 중국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또 기다리는 모습인데요.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퍼즐이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도 말했듯이 자존심이 강한 중국이 굽히고 나오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양 측의 치킨게임이 중단될 수 있는 어떤 순간을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