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시아 수출 거점으로 만들겠다"…필립모리스 亞 유일한 양산공장 가보니

지난 8일 찾은 경상남도 양산의 한국필립모리스 제2공정실. 내부 라인의 10m 크기의 거대한 기계에서 50여 개의 롤러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라인의 끝에서는 하얀색 '전자담배 스틱'이 1분에만 500갑 분량 어치가 쏟아져 나온다. 담배가 넘쳐나는 현장이지만 공장 내부는 담배 특유의 냄새 대신 멘톨 향이 강하게 났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옮겨진 스틱이 다시 20m 크기의 거대한 포장 기계로 들어가자 드디어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담배갑이 나왔다. 필립모리스가 최근 시장에 내놓은 전자담배 '센티아'의 생산 공장 현장이다.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이 생산 공장은 필립모리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갖춘 공장이다. 이 곳에서는 1년에 약 400억 개비의 담배가 생산된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국으로 수출된다. 글로벌 사업 차원에서 전자담배로 전환을 모색 중인 필립모리스는 이 공장을 아시아 지역 수출거점으로 삼았다.
차용준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 생산 부문 총괄 이사는 "2002년 양산 공장 설립 이후 공정 개선과 증·개축 등에 약 7000억원 가량을 투자해왔다"며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위한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양산공장은 필립모리스가 2002년 설립했다. 다국적 담배 회사가 국내에 공장을 지은 첫 사례다. 2018년부터는 전자담배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공장 시설을 증축했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약 600명의 생산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2017년 260여 명에서 두 배 가량 늘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전자담배 전환이 가장 빠른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침투율은 한국이 17% , 일본은 25% 수준으로 집계됐다.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자담배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동남아 등 임금이 저렴한 지역 대신 필립모리스가 양산을 아시아 수출 기지로 정한 배경이다.

정창권 한국필립모리스 양산 공장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이사는 "세계 여러 공장들이 동남아로 이동도 하고 있어서 공장을 왜 한국으로 택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서 "뛰어난 생산성과 기술력은 다른 어느 공장보다 뛰어나다는 자부심이 있고, 주변 국가로 수출 물량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했다.
대신 양산공장은 자동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담배 제조 공정은 크게 프라이머리 공정과 세컨더리 공정으로 나뉘는데 양산공장은 이 중 세컨더리 공정에 전면 자동화를 적용했다.

프라이머리 공정은 원료를 가공하는 단계다. 담뱃잎을 썰어내고 분쇄해 얇은 종이와 같은 ‘캐스트 리프’ 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담뱃잎에 다양한 향이 첨가된다. 세컨더리 공정은 캐스트리프를 소비자가 접하는 스틱·궐련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양산공장은 현재 전자담배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 전용 스틱인 테리아 18종과 센티아 4종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 궐련형 담배 중에선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2종이 생산된다. 수년 전만 해도 일반 담배 생산량이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자담배 생산 비중이 60%까지 늘었다.

지아 아흐메드 카림 한국필립모리스 양산 공장장은 “양산 공장은 단순한 생산 시설이 아니라 ‘비연소 혁신의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며 "센티아의 전국 출시는 ‘담배연기 없는 미래’ 여정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양산=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