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고환율 '겹악재'에 휘말린 항공주…대응전략은 [종목+]

대한항공 한 달 동안 17% 급락
LCC도 두 자릿수대 하락률 기록
실적 악화 우려에 외국인 '팔자'
"반등 여력 제한적…관망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항공주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발 제품에 적용하던 소액 화물의 무관세 혜택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로 치솟으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선 10일 항공주에 대해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은 지난 9일 1.47% 내린 2만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에는 지난해 8월8일(장중 기준 1만9950원) 이후 처음으로 2만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6.74% 빠졌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15.66%)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25.47%), 티웨이항공(-21.50%), 에어부산(-15.82%), 제주항공(-11.42%) 등도 하락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한 달간 대한항공을 504억원어치 팔아치워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이들은 같은 기간 진에어(-59억원), 제주항공(-26억원), 아시아나항공(-13억원), 티웨이항공(-12억원), 에어부산(-2억원) 등도 순매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항공화물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발 800달러(약 116만원) 이하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는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음달 2일 0시1분(현지시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 홍콩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상품에 개당 25% 또는 상품 가치의 30%에 해당하는 관세가 부과된다. 또 해당 관세율은 오는 6월부터 품목당 50달러로 인상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0원90전 오른 1484원10전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1480원대 후반까지 뛰었는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1496원50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항공 업종은 항공기 임대(리스) 이자비용 등으로 외화부채 규모가 큰 업종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2일부터 주요 항공화물 품목인 중국발 소액 화물의 무관세 혜택 폐지를 발표하면서 항공화물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게다가 올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53원으로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어 항공사 손익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비우호적 업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항공화물 업황 둔화와 소비 경기 위축 가능성이 부각돼 국내외 항공주 전반의 주가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항공업의 단기적 주가 반등 여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서연 연구원은 "항공업의 경우 여행 수요 자체는 견조히 유지되고 있지만 LCC 운항 감축에 따른 여객 실적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항공업의 비우호적 환경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하반기 운항 정상화, 여름 성수기, 글로벌 정세 완화 등을 기대하면서 당분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