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이들 꿈에 '공무원'은 왜 없지?…색안경 벗고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

[홍순철의 글로벌 북트렌드]
마이클 루이스가 기획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하한 관세 폭탄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관세 폭탄의 여파가 자국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보니 미국도 당연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인력 대규모 감축 작업으로 인해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가를 위해 묵묵하게 일해온 240만여 명의 연방정부 조직 전체에 ‘비효율’이라는 낙인을 찍고 솎아내기식으로 인원을 정리하는 트럼프 정부의 행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연방정부 조직 가운데 일부는 분명 개혁이 필요하지만, 무턱대고 인원을 줄이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머니볼>, <라이어스 포커>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기획한 책 <정부는 누구인가? (Who is Government?)>가 미국 사회에서 큰 인기다. 마이클 루이스는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에게 요청해 연방정부에서 흥미로운 일을 하는 사람을 찾고 그들에 대한 심층 연재 기사를 쓰게 했다. 작가들이 찾아낸 인물과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다. 사명감과 봉사 정신이 투철한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매혹스럽고 감동적이며, 또한 영감을 선사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묶은 책 <정부는 누구인가?>는 3월 중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광산 지붕이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설계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한 노동부 공무원, 마약상이나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며 범죄 스릴러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국세청 사이버 범죄 전문가, 국립묘지관리국을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통틀어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게 한 관리자, 그리고 수익성 문제로 제약업계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희귀 전염병을 연구하는 식품의약국 연구원 등이 책에 등장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업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안온한 삶이 가능하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공동체가 평화롭게 운영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공무원을 향한 삐뚤어진 편견이 깨지고, 그들을 사회공동체 유지를 위한 소중한 공유 자산으로 여기게 된다.

‘관료주의자’라는 말은 경멸의 의미로 쓰인다. “나도 커서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어린이를 찾기 힘들다. 공무원들은 거대한 낭비 집단이며, 게으르고, 책임감 없고, 부패한 조직이라는 고정관념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재능 있고 특출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공무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연방정부가 재능 있고 특출난 사람들이 일하기에는 비참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저지른 공무원들은 의회에 끌려가 망신을 당하고 뉴스 화면에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훌륭한 일을 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에는 잘해보려는 동기는 사라지고, 숨기려고만 하는 동기만 남았습니다. 한마디로 연방정부에는 ‘인정받는 문화’가 없습니다…….” 천부적인 이야기꾼 마이클 루이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을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