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 폭락의 날…해외 투자 이탈? "절망↔불확실성 바꾼 것"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0일 관세 유예로 인한 흥분은 하루밖에 지속하지 않았습니다. 파이퍼샌들러의 마이클 칸트로위츠 전략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라졌다"라고 했지만 그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누구도 '모든게 깨끗해졌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르네상스매크로처럼 많은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풋'이 확인됐다고는 하지만, 그런 풋이 발동되려면 오랫동안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국 국채 시장이 무질서하게 흔들려야 할 것입니다.


1. "두 건의 관세 협상, 거의 마무리"


125% 관세를 얻어맞은 중국 정부는 미국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할리우드 영화 수입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언급되어온 6대 대응 조치(미국산 농산물 관세 대폭 인상, 가금육 수입 금지, 애플 등에 대한 지식재산권 조사, 미국 영화 수입 축소·금지 등) 중의 하나입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5일부터 시행하려던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90일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따른 것이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가 나오자 시행 결정을 번복한 것입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협상에 기회를 주고 싶다.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싯 위원장은 "현재 약 15개국과 협상하고 있다. 거의 완료 직전에 온 거래가 상당히 많다. 특히 두 개의 협정은 지난주에 거의 마무리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0% 보편관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려면 뭔가 특별한 거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협상을 위한 프로세스가 구축됐다. 베트남과도 공식 상호관세 협상을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트럼프의 유예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일까요. 뉴욕타임스는 "베센트 장관은 지난 일요일 에어포스원에서 대통령과 직접 회동한 후 협상에 대한 권한을 더 많이 얻었다. 베센트와 JD 밴스 부통령은 중국을 고립시키면서도 다른 국가를 심하게 공격하지 않는 체계적 접근 방식을 권했다. 트럼프는 어제 아침 베센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해싯 위원장을 만나 채권 시장에 대해 논의한 뒤 유예 결정을 내렸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피터 나바로 무역 고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은 상대적으로 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2. 너무 좋았던 CPI


아침에 나온 3월 소비자물가(CPI)는 예상을 훨씬 밑돌았습니다. 헤드라인 물가는 한 달 전보다 0.1% 내렸고요. 전년 대비로는 2.4% 올랐습니다. 예상(0.1%, 2.5%)보다 더 낮은 것입니다. 에너지 물가가 2.4%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중 휘발유 가격은 6.3%나 내렸고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의 경우 전월 대비 0.1%, 1년 전에 비해선 2.8% 상승했는데요. 역시 월가 예상(0.3%, 3.0%)보다 상당히 낮았습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지면 0.06%만 올랐습니다. 주거비가 0.2% 상승으로 둔화한 데다 항공료, 자동차보험, 중고차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덕분입니다. 주거비 상승률은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 가장 낮아졌습니다. 항공료는 2월 -4%에 이어 3월에도 -5.3% 하락했습니다. 항공 예약 감소를 뒷받침합니다. 레크리에이션 물가도 0.1% 내렸는데요. 이는 이례적 현상으로, 임의 지출이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실상 인플레이션 걱정이 사라진 것인데요. 평소라면 시장은 흥분했을 텐데요. 단기 금리가 약간 떨어지고 주가지수 선물도 하락 폭을 살짝 줄이긴 하지만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3월부터 누적되기 시작한 관세 효과로 인해 앞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3월 중고차 가격이 전월 대비 0.7% 하락했지만, 4월 2일부터 자동차 관세 25%가 부과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지속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폴로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데이터에는 '인플레이션 상향의 놀라움'이 없다. 하지만 관세가 계속해서 인상되고 있으며, 이런 관세는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에 최대 1%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ING는 "보고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경우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조정할 여지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Fed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을 경계할 것이며, 악화하는 성장 전망과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을 고려할 때, 올해 서너 차례 금리 인하가 적절해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찰스슈왑의 쿠퍼 하워드 채권 전략가는 "CPI는 예상보다 좋았다. 하지만, 관세 발표 이후의 혼란이 모두 반영되지 않은 과거의 데이터이다. 내일 아침 발표될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도매 물가에 관한 것으로 관세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지 초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 PPI와 함께 미시간대 4월 소비자심리지수도 나오는데요. 포함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핵심입니다)
어쨌든 CPI는 긍정적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CPI를 기반으로 이달 말 발표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0.13%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0.10~0.13% 수준으로 계산합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2만 3000건으로 예상과 같았고요. 이전 주보다 4000건 늘었습니다. 아직 연방 정부의 해고와 지출 동결이 미치는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3. "중국 관세 125%가 아니라 145%"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2% 안팎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전날 10%가량 오른 만큼 2% 수준의 내림세라면 나쁘지 않다는 관측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어제 급반등에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피벗에 급하게 공매도를 메운 '숏커버링'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증시 하락 폭이 커진 것은 오전 11시께였습니다. 언론들이 백악관을 인용해 중국에 대한 누적 관세율이 125%가 아니고, 145%라고 밝힌 게 보도되면서 내림세가 가속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25%는 상호관세 수준만을 말한 것이며, 펜타닐 사태로 인해 이미 부과한 20% 관세율이 빠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800달러 미만 소포에 부과되는 관세를 더 높였습니다. 이전에는 최소관세(de minimis)가 적용됐던 중국과 홍콩발 소포에 대해 5월 2일부터 소포 가치의 120%를 부과하기로 했는데요. 이는 4월 2일 발표된 30%보다 훨씬 높은 것입니다. 또 우편물당 수수료로 200달러까지 높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어제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됐지만 10% 보편관세는 발효됐고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USMCA 적용 제품 제외)와 자동차,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부과되고 있습니다. 곧 의약품과 반도체, 목재 구리 등에 대한 관세도 발표될 것입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더 높아졌고 보편관세 10%가 발효됐기 때문에, 60여 개국에 대한 상호관세가 90일간 유예됐어도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그다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소비재에 대한 관세는 유예 전 8.9%에서 유예 후 9.6%로 더 높아졌습니다. 중국 관세 탓이죠.

스트레티기스의 댄 클리프튼 정책 분석가는 "어제 관세 유예 발표가 있었고, 처음에는 관세가 크게 인하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큰 인하가 아니었고, 상호관세 몇 개가 철회되는 대신 중국에 대한 관세가 훨씬 더 많이 추가된 것이었다. 이는 공급망에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그 영향을 계산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 일부는 관세 유예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5%에서 45%로, 메트라이프는 75%에서 60%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예측시장에서는 60~70% 확률이 50%대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JP모건, 모건스탠리, 시티 등은 침체 예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 계산으로는 4월 2일 발표 당시 예상한 20% 실효 관세율이 이제 23%가 되었지만, 이는 대부분 중국 관세율 인상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실효 관세율의 범위는 23%보다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줄어들 것이며, 경기 침체 위험도 상당히 감소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이번 유예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효 관세율이 15%가 된다면 인플레이션은 0.4~0.6%포인트 급등하여 3% 중반에 도달할 수 있고, 성장률은 1% 초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엄청난 관세로 중국 상품이 수입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2%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도 경기 침체 예측을 뒤집지 않았습니다.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정책의 영향은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기 침체 가능성은 작아졌다. 그러나 올해 말에는 실질 경제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임 이후 관세 인상은 여전히 3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인상에 해당할 것이라는 겁니다. 페롤리는 "게다가 정책 환경은 기업들의 자본 지출 계획에 여전히 비우호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90일 유예로 인해 Fed도 더 오래 기다릴 수 있게 됐다"라면서 Fed의 다음 금리 시점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늦췄습니다.


4. 트럼프 "과도기 전환 비용 예상"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오후 12시 30분께 나스닥의 하락 폭은 7%를 넘기도 했습니다.

오후 1시께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를 열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는 관세에 대해 "과도기적 전환 비용(TRANSITION COST)과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우리는 매우 좋은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매우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 트럼프가 유예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한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고통'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사석에서 자신의 무역 정책이 경기 침체(recession)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불황(depression)을 초래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첫 번째 협상의 타결이 매우 임박했다"라고 했고요.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관세는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90일 유예 연장에 대해)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유예기간 연장에도 열려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또 "지금은 기업에 대한 면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애플에 관한 이야기이겠죠. 중국에 대해선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다. 나는 시진핑 주석을 매우 존중한다. 양국 모두에게 매우 좋은 결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5. 30년물 경매 좋았는데…금리 급등 이유는?


사실 정오께 시장이 흔들렸던 원인 중의 하나는 국채 30년물 경매(220억 달러)를 앞두고 걱정이 있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강해졌고, 그게 채권 시장이 흔들린 원인 중의 하나였죠. 그래서인지 뉴욕 채권 시장에서 30년물 수익률은 아침에는 살짝 내리다가 장중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오후 1시 경매 결과 발표를 앞두고는 5bp가량 오른 4.84%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발표된 30년물 입찰 결과는 다행히 좋았습니다. 발행 금리는 4.813%로 결정됐는데요.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WI)인 4.839%보다 2.6bp나 낮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은 2.43배로 지난달 경매(2.37배)보다 높았고, 해외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가 61.9%로 역시 지난달(60.5%)보다 좋았습니다.

경매 결과가 나온 뒤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증시도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금리 내림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시 금세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4시 22분께 30년물 수익률은 6.8bp 상승한 4.858%를 기록했습니다. 아침에 내림세를 보이던 10년물도 1.3bp 오른 4.409%에 거래됐습니다. 단기물인 2년물은 9.3bp 급락한 3.857%까지 내렸지만, 장기물들이 다 오름세를 보인 것입니다. 단기물의 경우 CPI 둔화 등으로 Fed에 대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장기물은 여전히 불안한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채권 시장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 관세 가능성,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 그리고 최근 며칠간 봐왔던 스트레스 상황과 포지션 청산(unwinds) 같은 변수들이다. 그래서 현재 수준에서 채권 수익률이 크게 더 낮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장기물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뉴스들이 있었습니다.

① 미 재무부가 발표한 3월 재정 수지가 엉망이었습니다. 3월 재정 적자는 1605억 달러에 달해 예상 145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2025 회계연도 들어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 동안을 따지면요. 재정 수입은 2조 2600억 달러(지난해 2조 1800억 달러)로 집계됐는데요. 지출은 3조 5600억 달러(3조 2500억 달러)에 달해 6개월간 재정 적자가 1조3000억 달러(1조70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간단히 말해 수입은 3% 증가했는데, 지출은 10%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가 22%나 커진 것입니다.
② 하원에서 트럼프 감세안 등을 담은 예산결의안(budget reconciliation package)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예산안은 '재정 적자를 더 늘릴 수 없다'라는 공화당 재정 매파의 반대에 부딪어 있었는데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공화당에서 2표만 이탈하면서 찬성 216표 대 반대 214표로 통과했습니다. 이 하원 결의안은 향후 10년간 최소 1조 5000억 달러의 지출 삭감과 4조 달러의 감세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재정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요.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예산결의안과는 약간 다르므로 이를 조정하고 다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상원의 안은 지출 삭감 규모가 40억 달러에 그치고 5조 달러 이상의 감세를 담고 있지요.

③ 정부효율부(DOGE)의 예산 감축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오늘 각료회의에서 "낭비와 사기 감소로 인해 2026 회계연도에 1500억 달러의 예산 절감을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1조 달러, 2조 달러를 얘기하던 것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1.75% 하락한 101.10을 기록했는데요. 하루 하락 폭으로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것입니다. 달러 대신 엔화, 스위스프랑 등이 크게 올랐고요.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3.59% 폭등했습니다. 온스당 3190달러로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금리와 달러가 흔들리면서 주가도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S&P500 지수는 3.46%, 나스닥은 4.31% 떨어졌고요. 다우 지수는 2.5% 내렸습니다.


6. 미국 시장 엑소더스?


미국 국채, 달러, 주식이 모두 급락한 것이죠.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일까요?

유로팩닷컴의 피터 시프 전략가는 "미국 자산이 이렇게 대량 매도되는 건 처음 봤다. 달러, 채권, 주식이 모두 폭락하고 있다. 달러가 스위스 프랑 대비 하루 만에 3.5% 하락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시절이 이제 막 끝나갈 조짐"이라고 말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현재의 가격 움직임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을 시사한다. 우리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문제 있는 신흥 시장으로 취급받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보기 드문, 흉하고 우려스러운 조합이 나타났다.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꽤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채권, 주식이 모두 하락하며 자산 시장 전반의 변동성과 스트레스가 다시 나타났다. ‘수익률 상승 + 통화 약세’는 신흥국 시장(EM)에서는 흔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조합이다. 과거 30년 동안, 국채 30년물 금리가 10bp 이상 급등하면서 달러 인덱스(DXY)가 1.5% 이상 하락한 경우는 단 4차례뿐이었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는 통상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강세를 보여왔다.
통화 약세, 채권 약세, 주식 약세의 조합은 자본 유출(capital outflow)을 의미한다. 이는 헤지펀드의 디레버리징(레버리지 축소)과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외환시장의 스왑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지 않았는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확보가 아닌 달러 자산을 팔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예외주의(growth exceptionalism)가 사라지고 있으며, 불안정한 미국의 정책 결정, 미국이 구축한 국제 경제 및 안보 질서의 훼손, 성장 둔화와 트럼프의 감세 등으로 인해 기축통화로서 달러 매력도가 약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여기에 마라라고 협정(Mar A Lago Accords)이나 채권 사용자 수수료(user fees) 등 불확실한 정책 언급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은 값싼 글로벌 자본을 너무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대외 적자라는 이면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은 영국이 아니지만, 2022년 리즈 트러스 사태와 유사한 장면이 떠오른다. 당시 a) 매수자 ‘보이콧’ b) '멍청이 위험 프리미엄(moron risk premium)'이라는 불명예 c) 금융 시장 내 불붙은 가속 효과가 한데 겹쳤다.
오늘 가격 움직임은 일시적 경련(spasm)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큰 그림에서 방향 전환(U턴)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을 제외한 전면적 관세 철회, 혹은 중국과의 협상 재개(혹은 양자 모두) 등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7. 향후 증시 방향은?


뉴욕 증시에서는 모든 업종이 약세를 나타낸 가운데 에너지 및 기술 업종의 낙폭이 컸습니다. 테슬라는 7.22% 급락했고, 엔비디아는 5.91% 떨어졌습니다. 애플(-4.23%), 메타(-6.74%), 아마존(-5.17%) 등 다른 빅테크도 큰 폭 하락했습니다. TSMC는 1분기 매출이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42% 증가한 것으로 나왔는데도 4.8%나 폭락했습니다. 미국 관세가 부과되기 전 AI 서버와 스마트폰 칩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반락하면서 엑손모빌(-5.55%), 셰브런(-7.57%) 등도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관세 유예 이후에도 변동성은 굉장히 큰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리 페리지 거시전략가는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이는 일부 투자와 지출을 억제할 수 있지만, 큰 폭의 경기 침체를 촉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논의는 매우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국채의 급격한 매도에도 불구하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나 2020년 팬데믹 초기와 달리 회사채 시장은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거나 그런 일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관세 유예는 분명히 긍정적이며, 가장 큰 것은 트럼프 풋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S&P500 지수가 4000대 중후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변동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라면서 네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① 우리는 '절망'을 90일 더 지속하는 불확실성과 지속적 관세 위협, 그리고 정책적 혼란 가능성으로 맞바꿨을 뿐이다.
②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둔화하고 있으며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③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승할 것이며, 10% 관세는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다른 방안보다는 나을 뿐이다.
④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은 감소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기술적으로는 어떨까요? 칼슨그룹에 따르면 1950년 이후 S&P500 지수가 하루 5% 이상 오른 경우가 23회가 있는데요. 다음날, 그리고 일주일 뒤 수익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크게 유지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1년 뒤에는 상승확률이 91%에 달하고 평균 수익률이 26.9%에 달합니다.
투자자들은 내일 시작되는 1분기 어닝시즌에 대해서도 불안한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중고차 소매업체인 카맥스는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뒤 불확실성을 이유로 재무 가이던스를 철회했습니다. 델타항공, 리바이스 등에 이은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가 상당히 악화되었다. 컨센서스를 넘는 가이던스와 미달하는 가이던스의 비율이 3개월 0.4로 떨어졌는데,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역사적 평균인 1.0보다 훨씬 낮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가이던스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은 "관세 부과 여파는 소비자에게는 가격 상승 형태로, 기업에는 마진 하락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기업 수익성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S&P500 기업의 2025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기존 270달러에서 255~260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이로 인해 지수는 5100~5900 사이의 범위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