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에 힙한 인증샷…요즘 MZ들 푹 빠진 '모임'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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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슈머 트렌드에 '전시 모임' 인기
당근서 관련 모임 수 107% 폭증
함께 오픈런 하고 서로 인증샷도

미술품을 감상하는 모습을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만한 사진을 서로 남겨주는 것도 ‘덤’이다. ‘힙’한 장소에 방문한 나를 무심한 듯 찍은 인스타그램용 ‘인증샷’을 위해선 동행자가 필요하기 때문.
김 씨는 “혼자 취미를 즐길 때는 나의 취향을 공감하고 알릴 만한 창구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사람들과 관심있는 전시를 함께 보고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주로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멤버를 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상 곳곳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아트슈머'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관련 전시 모임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트슈머'란 소비를 통해 미학적 경험과 문화적 만족감을 채우고자 하는 트렌드다. 특히 아트슈머 모임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젊은 세대 성향과 일치해 젊은층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11일 지역 커뮤니티 당근에 따르면 아트 전시회 모임이나 동행자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당근에서 최근 3개월간(지난달 24일까지 기준) 새로 생겨난 전시 모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 전시회를 방문하기 어색하거나 전시 정보를 교류하고 감상을 나누려는 이들이 늘면서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위축됐던 문화 소비에 대한 욕구와 함께 SNS 인증샷 열풍이 더해지며 전시 모임이 느는 현상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최근 생겨난 서울의 한 전시 모임에서는 미술을 전공한 모임장이 직접 큐레이터 역할을 맡아 전시 선정부터 작품 소개, 감상평 공유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며 전시가 낯선 초보 관람객도 현대미술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이 아닌 모임 단위로 관람하기 때문에 단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비용 면에서도 전시 모임이 더욱 합리적 선택으로 여겨진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전시 관람을 넘어 함께 예술 관련 체험을 해보는 모임도 있다. ‘인물 1일 1드로잉’, ‘같이 가고 싶은 전시회를 공유해요!’ 등의 당근 모임은 챌린지 기능을 활용해 전시 관람은 물론 그림 연습까지 독려하는 모임이다. 오프라인으로 함께 전시회를 방문해 영감을 얻고 그날의 경험을 드로잉으로 기록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
당근 관계자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동네 사람들이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현상이 커뮤니티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아트슈머가 대거 등장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에서 전시회 모임이나 동행자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느는 현상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