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삼성전자 제치고 반도체 기업 매출 1위 올라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4위
글로벌 매출 전년 대비 21% 증가
엔비디아 로고. 사진=REUTERS
2023년 글로벌 반도체 3위였던 엔비디아가 인텔과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지난해 반도체 공급업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1위였던 인텔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으로 성장세인 SK하이닉스는 글로벌 4위로 올라섰다.

11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총 6559억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 발표된 예비 조사 전망치보다 약 300억달러 증가한 수치다.

수치 변동에 따라 반도체 공급업체 순위도 바뀌었다. 당초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최종 조사에서 엔비디아가 급부상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20.1% 증가하며 767만달러로 1등을 차지했다. 데이터센터 AI 워크로드에 주로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 급증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다.

2위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0.8% 늘어난 657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급격한 가격 반등으로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분야 모두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AI 수요의 수혜를 벗어난 인텔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0.8% 늘어난 것에 그쳤다. 매출은 498달러였다. 인텔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고 일부 공장 투자를 미루는 등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도 4년 만에 물러났다.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91.5% 증가한 442억달러였다. SK하이닉스의 성장률은 상위 10개 업체 중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전체 순위에서는 두 계단 상승해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제외됐다. TSMC는 지난해 연간 순매출이 전년 대비 33.9% 증가한 2조8943억 대만달러(약 886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TSMC를 포함하면 TSMC가 사실상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인 셈이다.

가트너는 "지난해 상위 10개 반도체 공급업체의 매출 순위 변동은 AI 인프라 구축 수요 급증과 함께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73.4%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