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SOS?…"곧 대박 기회 온다" 기대감 폭발 [분석+]

트럼프 "타국서 최첨단 선박 살 수도"
한국 조선업 협력 시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해양 패권 재건'을 선언한 미국이 한국 조선소에 대규모 선박 주문을 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해외 선박을 구매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하면서다. 조만간 미국이 군함과 드릴십, 전략상선 등에 대한 패키지 건조요청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주문이 이뤄지고 우리 정부와 K조선사들이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대미 관세협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동맹국 선박 주문 가능"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며 “의회에 (선박 구매자금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K조선업과의 협력을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요청을 조치를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미국은 중국과의 해양 패권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자국 조선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 미국의 선박 건조 역량으로는 동맹국으로부터 군함과 미국적 상선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한국 기업의 미 조선소에 대한 투자 △현지 조선·해양 인력 교육과 신규 인력 양성에 대한 협조 △선박 건조에 대한 패키지 요청 등을 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을 보면 미국이 한국에 어떤 요청을 해올지 가늠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8조 ‘동맹국 및 파트너국을 통한 적대국(선박) 의존도 감소’에서 상무부 장관에게 동맹국 조선소들이 미국에 자본 투자하도록 협력할 수 있는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해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기한은 90일을 줬다.

10조 ‘선박금융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는 교통부 장관에게 ‘유연성을 갖춘 선박금융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입법안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상업용 선박 조선소에 대한 자본 개선과 선박 수리 시설 및 드라이독 투자에 필요한 금융지원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보조금에 대한 검토도 언급했는데 현재로선 ‘존스법(미국 내 항구에서 화물과 승객을 운송하는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미국산 선박에 대한 인센티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2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교통부 장관에게 ‘해양산업 필요성’ 관련 보고서를 9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해양산업 관련 공급과 수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목록화하고, 선원 교육 및 미연방 상선사관학교 현대화 등 해양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보고서를 국무장관, 국방장관, 노동장관에게 작성하라고도 명령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행정명령에 중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자국 조선업 정상화에 필요한 인센티브 계획을 준비하는 내용이 폭넓게 담겼다"고 평가했다.

美 '탱커, 드릴십, 상선' 건조 요구할 수도

이에 앞으로 미국이 조만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처럼 국내 조선소에 현지 조선소 추가 투자를 요청하고, 인력 교육에 대한 도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의 우수 조선소 인력을 교관으로 파견해주고, 각종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은 검토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미 조선사들과 학계에서 현지 엔지니어를 양성하려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 서울대와 함께 '조선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중국과의 해양 패권 싸움에서 이기고,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 전략상선대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작년 12월 미 의회엔 미국 조선과 항만 인프라 안보를 위한 '쉽스액트'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법의 골자는 미정부가 10년 내 250척 규모의 전략상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략상선이란 평소 상선으로 쓰이지만, 전쟁 등의 비상 상황이 되면 전략물자나 무기 등을 실을 수 있는 국가 동원 선박을 말한다. 미국이 보유한 전략상선은 현재 7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해양수산부령을 통해 유사시 선박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고, 중국의 경우 비상시국엔 대부분의 국적선을 전면 동원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쉽스액트 법은 미 국회 회기가 종료돼 다시 발의돼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상선은 '미국 내 건조, 미국 선적, 미국 선원 탑승'이 원칙이지만 동맹국에서 건조된 선박도 상선대에 포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동안에는 존스법이 폐기되거나 수정돼야 미국이 선박을 한국에서 주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행정명령을 내려 해외 발주 근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전략상선과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드릴십, 원유 운송용 탱커 등을 한국에 패키지로 주문할 수도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3월 방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선 협력에 관한 질문에 "미국에서 필요한 건 해군력을 서포트하는 차원의 군함 유지보수(MRO)도 있지만, 가스 등 에너지 수출을 위해선 탱커가 필요하고, 쇄빙선 수요도 많다"면서 "한국 조선사들에도 백로그(수주잔고)가 많음에도 미국과 규모 있는 합의가 된다면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조선업계와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선박 주문이 있을 경우,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조선사들과 도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앞으로 안 장관이 방미 기간에 만든 국장급 '조선 협의체'에서 앞으로의 한·미 조선협력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조선 협의체는 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미국 내 카운터파트너가 확정되지 않아 '현지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은 상무부, 백악관, 해군, 해양경비대, 교통부, 상무부가 해양 산업에 대한 권한을 조금씩 갖고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