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자 목록 제출…집계된 회생채권 2조7000억원
입력
수정
티몬·위메프의 두 배 규모유동성 위기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회생채권 규모가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회생채권 규모가 명확해지면서 회생 절차가 본격화했지만,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상환 계획 마련 등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거래채권 5613억 조기변제
채권 신고, 온라인 확인 가능
서울회생법원 제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11일 홈플러스의 채권자 목록 제출 및 채권 신고 절차를 공지했다. 목록에 포함된 홈플러스의 회생채권은 담보채권과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2894건, 2조6691억원이다. 회생담보권도 4건, 269억원 규모로 조사됐다.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핵심 변수 ’로 떠오른 약 4600억원 규모의 ABSTB는 기업구매전용카드채권으로 분류돼 포함됐다.
유통업계 회생채권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회생절차에 들어간 티몬·위메프의 회생채권 규모(1조2187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다만 법원이 협력 업체 상거래채권 5613억원에 대한 조기 변제를 허가하며 예상보다 규모가 감소했다.
채권 규모가 구체화됐지만, 자금 확보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홈플러스 측은 ABSTB의 상환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대 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최근 600억원 차입금에 지급보증을 서고 별도로 수백억 원을 증여했으나, 사용처는 소상공인 결제 대금 정산 용도로 제한됐다.
더구나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 방식으로 조달된 이 자금이 우선변제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다. 이 방식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변제 우선순위가 높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회생 기업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차입을 하는 경우 채권자가 공익채권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현재 자금을 조달하려는 곳이은 사모펀드(PEF)인 큐리어스파트너스로 공익채권성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공익채권성을 유지하면 기존 채권자들의 회생채권 변제순위가 밀릴 수 있기 때문다. 자금 여유가 충분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홈플러스는 상환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차입에 따른 변제순위 조정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 외부 자금을 차입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도 관건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금을 차입하는 상황인 만큼 법원이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 법원이 변제 순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대출 조건은 금리 연 10%, 만기 3년인데 변제 시점을 10년 이후로 미뤄 회생 과정에서 홈플러스가 차입금 변제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MBK가 미리 변제한 후 홈플러스를 상대로 구상권을 갖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현재까지 차입 관련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며, 향후 신청이 들어오면 구체적인 방향을 면담 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 피해자들이 잇따라 형사 고소에 나서면서 회생절차의 진행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홈플러스가 발행한 카드 대금 기초 ABSTB 피해자들이 김병주 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집단 고소했다. 지난 1일에는 신영증권을 비롯해 홈플러스 ABSTB를 발행한 증권사들이 서울남부지검에 홈플러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형사 고소 자체가 회생절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경영진의 구속 등 신변상 변화가 있을 경우 제3자 관리인 선임이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