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에 도움 안 되는데…" 尹 존재감에 '난감'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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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파면에도 끗발 거센 尹
대선 입김에 주자들 '윤심 마케팅'
확장 전략 세워야 하는 국힘 난감

지난 4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당일 국민의힘 '투톱'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관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파면 이후 본격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이른바 '상왕 정치'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던 대목이다.

지난 9일에는 대선에 출마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잘 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철우 경북지사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관저를 찾았다. 이 지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이번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은 강성 보수층 지지를 받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까지 관저로 불러 만나 지지층 결집 메시지를 내보냈다.

수도권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맞다.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없다"며 "이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텐데,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누가 이겨야 하는지 자명하지 않나. 그렇다면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메시지를 내거나 팬덤에 기반한 행동을 하는 게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최고 사법 기관이 파면한 사람을 자꾸 당에 끌어들이면 안 된다"며 "지금 시기에 윤심을 앞세우는 후보들의 의도가 의심된다. 대통령보다 당 대표에 관심이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가 대선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심 마케팅이 경선 과정에서 우리 지지층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겠으나, 본선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준석을 제외한 범보수 진영 후보들은 모두 '윤석열과 운명 공동체였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지금 당장 그들끼리 교류하고 만나는 게 중도층이나 무당층의 가치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윤심 마케팅이 경선 과정에서는 득이 되고 본선에서도 크게 실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셈법들을 후보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공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일부터 9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28%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같은 기관 전주 조사에서 헌재 탄핵 심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4%에 달했는데, 16%p나 빠진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하고 난 뒤 힘을 완전히 잃었다"며 "결국 권력을 따라가는 것이다. 헌재 판단이 잘못됐다는 여론조사 응답도 한 주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보아 강성 지지층은 조만간 흩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