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 '큰 거래' 원해…연락 안 와 놀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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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무역보좌관
케이트 칼루트키에비치 맥라티 통상 전무이사

케이트 칼루트키에비치 맥라티어소시에이츠 통상총괄 전무는 지난 10일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국장 및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무역담당 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익숙하다.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지렛대가 되어 줄 카드를 "쌓고, 쌓고, 또 쌓아서 한 번에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율을 계속 높여가는 치킨게임 방식은 그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수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중국이 (상호관세 문제로)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트럼프 대통령이 놀랐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정부 초기에는) 중국이 먼저 연락을 했고, 펜타닐 관세가 부과되었을 때도 중국은 '(협상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전했다. 첫 10% 관세와 그 다음 10% 관세에 대해서도 중국은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이 단계에서는 대화를 쉽게 시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할 때 좋아하는 방식"이라고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이 이제부터는 체면이 깎이는 방식으로 대화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중국이 관세 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적 강압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단체' 목록에 올린 것이 한 사례"라면서 "중국 내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보이콧 조치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치킨 게임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궁극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지난 1기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갈등이 지속되던) 어느 순간에 '나는 그냥 거래를 하고 싶을 뿐'이라면서 '중국에 대해 모든 걸 바꾸려는 게 아니고 그냥 농산물을 많이 팔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정부 마지막에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농산물 수출) 거래가 성사됐는데, 이 거래로 불공정 관행이 확실히 해결되진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이런 상태(불공정무역이 남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그는 돌이켰다.
칼루트키에비치 이사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는 꽤 자주 마음을 바꾸지만, (궁극적으로) 확실한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상호관세 유예(기본관세 10% 적용) '깜짝 발표'에 대해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그리어 USTR 대표가 발표 순간을 몰랐을 뿐 "그것(90일 유예조치)이 하나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리어 대표를 "아주 좋은 친구, 좋은 사람, 유능한 사람"이라고 묘사한 칼루트키에비치 전무는 "내가 (USTR 디렉터로서) 유럽에서 근무할 때도 행사에서 청중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방금 트윗을 올렸는데 무슨 의미냐'
고 물어볼 때가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방식이 그렇기 때문에, 그리어 대표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