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저자도 극찬…"맛없다" 편견 깬 와인의 정체

美유기농와인 '본테라' 마셔보니

미국 와인 "맛 없다" 편견 깬 제품
"유기농 시장 성장…경쟁력 있어"
본테라 와인 4종. (왼쪽부터)에스테이트, 카베르네소비뇽, 맥냅, 소비뇽블랑. 사진=아영FBC 제공
본테라 와인 4종. (왼쪽부터)에스테이트, 카베르네소비뇽, 맥냅, 소비뇽블랑. 사진=아영FBC 제공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유기농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고 있지만 '유기농 와인'은 대중에겐 여전히 낯선 영역이다. 일정한 품질을 내기 어렵고 자연스러운 맛이 되레 밋밋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기농 마케팅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와인이 있다. 심지어 와인업계에선 비주류로 꼽히는 미국산 제품이다.

'본테라'는 미국 와인 하면 으레 떠올리는 덜 섬세한 산미와 부족한 타닌감(떫은 정도), 먹고 나서도 느끼한 맛이 남을 것 같은 이미지를 깬다. 미국 와인에 기대하는 진하고 쨍한 과실미와 묵직한 오크향 대신, 좋은 산도와 허브류의 상쾌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유기농 와인이 맞나 싶다. 지난 9일 와인수입사 아영FBC가 서울 반포 무드서울에서 연 본테라 와인 소개 행사에서 주요 제품들을 마셔봤다.
사진=아영FBC 제공
사진=아영FBC 제공
이날 제품 소개에 나선 와인그룹 콘차이토로 브랜드 앰버서더인 이소리 소믈리에는 대표 제품 본테라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에 대해 "'미국 와인은 느끼하다'라는 편견을 깼다“며 ”대체로 미국 와인은 탄닌감이 적어 '저가의 획일적 맛을 가진 실패 없는 와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와이너리에서 포도 재배부터 신경 쓴 맛의 와인"이라고 평했다.

이 소믈리에는 “와인도 음식이라 값싼 대량 생산품의 경우 숙성기간이 짧고 단기간에 자극적 맛을 내기 위해 화학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라는 개념이 와인에서도 통용되는데 본테라는 포도의 맛을 잘 살린 와인"이라고 부연했다.

본테라는 1987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설립 당시부터 유기농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했다. 브랜드명 자체가 라틴어로 '좋은 땅'을 의미한다. 본테라는 화학물질을 배제해 포도 본연의 힘을 길러야 고품질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연 환경을 잘 이용하면서 태양광 발전, 물 사용량 절감, 포도 껍질 재활용, 아황산염 사용량 감축 등 유기농 공법을 더해 와인을 생산한다.

통상 포도는 떼루아(Terroir, 토양·기후 등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환경) 영향을 크게 받아 유기농 재배가 쉽지 않다. 촘촘한 포도 송이가 곰팡이 등 병충해에 취약해 건조하고 시원한 순환 기후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학 비료 없이 생산하기도 까다롭다.

본테라는 생산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멘도치노 카운티가 유기농 공법에 적합한 떼루아를 갖췄다고 했다. 유명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보다 북쪽에 위치했는데, 자갈 토양과 충적토로 이뤄져 포도 나무가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인 데다 건조하면서 일조량이 풍부하다. 시원한 해풍도 불어와 포도가 익기 좋은 조건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구운 육류와 페어링한 본테라 와인. 사진=안혜원 기자
특히 본테라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블라인드 테스트 '파리의 심판'의 한국판으로 꼽히는 ‘더 블라인드’(THE V:LIND) 행사에서 레드와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테스트 당시 '신의 물방울' 저자인 아기 타다시 남매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프리 사이즈 벨벳 재킷이 떠오르는 와인"이라 칭한 제품이다.

아직 유기농 와인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와인 임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유기농 와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1조~13조원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10.4%~12.4%씩 성장해 2030년엔 약 42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본다.

아영FBC 관계자는 "주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은 제품 본연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라며 "본테라 자체 매출 상승만 기대하기보단 유기농 와인을 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젊은 소비자를 겨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