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1편 '퍼스트 블러드' 만든 감독 테드 코체프 별세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PTSD 그려내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테드 코체프가 2012년 '무엇이 훌륭한 배우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Film Courage' 캡처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테드 코체프가 2012년 '무엇이 훌륭한 배우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Film Courage' 캡처
1982년 개봉한 '람보' 시리즈 1편 '퍼스트 블러드'를 제작한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테드 코체프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멕시코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13일 교도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2019년 5편까지 이어진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람보' 시리즈는 전쟁 영웅의 화끈한 액션을 담은 영화로 유명해졌다. 고인이 제작한 1편은 후속작과 달리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그려냈다.

향년 94세. 고인은 1931년 캐나다 토론토의 불가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토론토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24세 때 캐나다 방송사 CBC에 입사했고 최연소 프로듀서로 활동한 바 있다. 1958년 캐나다를 떠나 영국에서 BBC 등과 협업하며 경력을 쌓았다.

고인은 1960년대 영화계로 뛰어들어 1971년작 '웨이크 인 프라이트'로 유럽 비평가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로 돌아간 뒤 '더디 크레이비츠의 수습 기간'(1974)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대상(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는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캐나다 영어권 영화감독이 만든 극영화가 수상한 첫 사례였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고인은 '딕과 제인과 함께하는 재미'(1977), '노스 댈러스 포티'(1979) 같은 인기 영화를 제작했다.

그중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은 '퍼스트 블러드'였다. 데이비드 모렐의 동명 소설(1972)을 각색한 작품이다. 제목은 '먼저 건 시비'라는 뜻이다.

줄거리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존 람보가 옛 전우를 찾아 미국 한 시골 마을에 갔다가 자신을 폭행하는 경찰과 충돌해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퍼스트 블러드'에서 람보는 전쟁의 참상과 트라우마를 전해준 캐릭터였다. 람보의 트라우마는 옛 상관과의 대화를 통해 전해진다.

"혼자서 전쟁을 계속하려는 건가. 작전은 끝났어."

"아무것도 안 끝났어요. 아무것도. 말 돌리지 마세요. 이건 내 전쟁이 아니었어요. 대령님이 부탁했지 제가 부탁한 게 아닙니다. 난 이기기 위해 싸웠지만, 누구도 내가 이기게 해주지 않았어요. (중략) 난 건십을 조종할 수 있었습니다. 탱크도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백만 달러 장비도 맡았는데 여기 돌아오니 주차장 종업원도 못 해요."

'람보' 1편은 람보가 죽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단발성 영화로 기획됐다.

초기 각본에선 경찰과 대치하던 람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너무 우울한 결말이라는 이유로 자수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한국에서는 1983년 6월 17일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다. 1983년 8월 30일 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69일 동안 관객 총 26만명이 관람했다.

'람보' 시리즈 2∼5편은 고인이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

고인은 이후 '지옥의 7인'(1983), '베니의 주말'(1989) 등 작품을 내놓았다.

고인은 2016년 불가리아 시민권을 취득했고, 북마케도니아 예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