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원칙도, 신뢰도 잃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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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월요일부터 금요일 출근을 하면서 누구와 어떻게 인사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인사는 출근하며 남편(아내)과의 인사다. 시간에 쫓겨 인사도 없이 출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반드시 허깅을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맞벌이라면 함께 손 잡고 출근하는 것이 가장 보기 좋고, 시간 차가 있다면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 허깅과 사랑한다는 인사를 하면 어떨까?
출근하면 대부분 ‘영혼 없는 인사’를 나눈다.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허공에 대고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외치는 것이 영혼 없는 인사다. 이 보다는 먼저 출근한 직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그 사람에 관한 인사말을 하라고 배웠고, 그렇게 하면 어떨까?
이전 직장에서는 직원 중 한 명이 매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인사를 했다. 아무리 바빠도 이 직원과는 하이 파이브를 해야 한다. 생활을 하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한다. 직원 모두가 이 직원을 좋아한다. 이 직원이 무엇을 요청하면 서로 도와준다. 영혼 있는 인사의 힘이다.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며 사무실에 인사가 사라졌다. 6시, 7시에 출근해 일하는 직원이 있는데, 10시 또는 11시 출근한 직원이 인사하기가 불편하다. 반대로 3시나 4시에 퇴근하는 직원이 남아 있는 직원에게 퇴근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곤란하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앉고, 깔끔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말 없이 퇴근한다. 앉아 있으면 출근한 것이고, 책상이 정리되어 있으면 퇴근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조직과 사람에 대한 정이 싹틀까?
우리가 가정 및 학교에서 배운 가장 기본 예절은 무엇인가? 바로 인사다. 언제 어디서나 인사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배웠다.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인사하라고 수 많은 지도와 실습을 했다. 하지만, 지금 직장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같은 시각 출근과 퇴근이 아니라,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기본을 생략해 버리는 것이다. 직장이 일을 통해 성장과 성과를 창출하는 곳이 아닌 시간만 채우면 급여를 받는 곳으로 전락했다.
기본과 원칙을 어겨도 신뢰는 지켜야 한다.
타 부서 팀원 2명과 한 달 전에 저녁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에 아침 출근과 동시에 2명에게 시간, 장소를 재 확인했다.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고 6시 반에 식당에서 뵙자고 한다. 오후 4시 갑자기 CEO가 팀장, 임원 전원 6시에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한다. 갑작스런 문자에 다들 당황스럽다. 이 상황에서 팀장인 당신은 누구와 식사하며, 하지 않는 상대에게 어떻게 하겠는가?
팀장 30명을 대상으로 이 상황을 설명하고, CEO와 함께 식사할 팀장, 당초 선약된 타 부서 팀원 2명과 식사할 팀장의 비율을 파악하면 결과가 어떨까? 소신 있는 팀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CEO와 함께 식사를 한다. 이 경우, 이들은 두가지 행동은 한다. 선약했던 두 팀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한다. 팀원들은 즉시 당연히 CEO와 식사하시라고 한다. 이들의 배려다. 다음은 다시 만날 일시를 정한다. 정한 후 고맙다고 하고 CEO와 함께 식사를 한다. 더 이상의 언행은 없다. 팀원 입장에서 보면, 한 달 전, 저녁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오늘 또 다른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녁이 있기 때문에 결혼을 했으면, 집에 저녁 먹고 들어간다고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 불편하다. 그날 저녁 시간이 엉망이 된 것이다.
원칙을 어겼을 때, 신뢰마저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양해를 구하고 다른 일자로 변경했다고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본의가 아니더라도 자신에 의해 약속이나 원칙을 어기게 되었을 때, 상대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금은 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첫째,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다른 일정을 잡는 것은 기본이다.
둘째, CEO와 석식을 마친 후, 두 팀원에게 전화 또는 문자로 미안함과 감사를 전한다.
셋째, 다음 날, 두 팀원이 출근하기 전, 책상 위에 미안함과 감사의 메모와 캔 커피라도 놓는다.
넷째, 출근 시간 임박하여 찾아가 다시 한번 미안함과 감사를 전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약속을 취소하고,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 선심 쓰듯 “저번에 못한 식사 오늘 하면 어떨까?”라고 말한다고 감사하다고 식사에 응하겠는가?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발생했을 때,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응하겠는가?
기본과 원칙을 어길 수 있지만, 신뢰를 잃어버리면 다시 쌓기는 매우 힘들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자신의 언행이 회자된다는 것이다.
물론 갑작스럽게 회의나 일방적 약속을 정하고, 참석하지 않은 사람을 일일이 점검하고 이유를 묻는 CEO에게도 문제가 있다. 회사에 속해 있는 모든 직원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 회사의 조직 문화는 어떨까? 불이익 때문에 중요한 외부 고객과 약속도 미루거나 거절해야 한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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