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고 미흡했다"…'세수펑크' 반성한 기재부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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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정책 자체평가서…세수추계에 '낙제점' 부여
작년 세수결손 '30.8조'…급격한 시장변동 탓
지난해 최고점 정책은 '부담금 감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정책 자부심이 상당하다. 특정 정책을 놓고 '지분 싸움'도 치열하다. 대표 정책을 누가 짰느냐를 놓고 입씨름도 종종 한다. 자신들의 정책을 놓고 나오는 언론 비판에 대해서도 좀처럼 굽히는 법이 없다. 국회의 훼방과 시시각각 바뀌는 대외여건을 거론하며 '방어 논리'를 세밀하게 편다.
기재부는 정책의 자체 평가도 진행한다. A학점부터 낙제점까지 발표한다. 간혹 혹평받은 정책을 관대하게 평가를 진행해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스스로 반성할 만한 정책을 여럿 꼽았다. 세수 추계와 의료개혁,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놓고 미흡한 정책이라고 자인했다. 반면에 보조금·부담금 손질과 일자리창출고용안정망 대책, 범부처 협의체 가동 등을 지난해 1~3위 정책으로 꼽았다.
기재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주요 정책 부문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펼친 66개 관리과제의 계획 시행의 적절성과 성과달성도, 정책 효과성을 평가해 순위를 나눴다. A~G까지 7등급으로 나눴다. A는 상위 5%(1~3위) 정책이고, G등급은 하위 5%(63~66위) 정책이다. 이들 정책의 평가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인사 평가 자료로도 활용된다.
기재부가 G등급으로 꼽은 정책 가운데 '세수 추계 정확도 제고'가 꼽혔다. 지난해 세금 수입 측정을 제대로 못 했다고 자인한 것이다. 작년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산출한 국세수입(367조3000억원)에 비해 30조8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오차율이 -8.4%다. 이 같은 오차율은 목표치(5.0%)를 크게 웃돈다. 세수오차율은 2021년 21.7%, 2022년 15.3%, 2023년 -14.1%를 기록했다. 4년 연속으로 세수 예측이 목표치(5%)를 크게 빗나갔다. 국세 수입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을 경우 그만큼 재정정책도 혼선이 커진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나빠지면서 당초 예산 대비 상당폭의 세수감소 오차가 발생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고, 2024년 법인세에 영향을 주는 2023년 기업실적이 큰 폭으로 훼손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부정확한 세수 추계방식을 재설계하기 위해 추계 과정에 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참여하도록 추계 방식을 손질했다.
하지만 한 기재부 관계자는 "급격한 대내외 상황 변화에 대응해 세수추계를 완벽하게 추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세수추계 산출 변수인 성장률, 환율 등의 추계를 하는 담당과와 공과를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밖에 '의료개혁 4개과제 뒷받침'과 '미래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미흡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개혁 4대과제 뒷받침과 재정준칙 법제화 등은 국회의 반대에 직면에 관련 정책을 관철하지 못했다. 미래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은 발표 시점이 지난해에서 미뤄진 것 등이 반영됐다.
반면 우수한 정책은 ‘그림자 조세’로 불리는 각종 부담금을 폐지·감면한 정책이었다. 부담금은 세금이 아니지만 특정 공익사업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부과하는 일종의 요금이다. 일반 세금과 달리 영화관람료, 각종 면허 발급비에 녹아 있다. 기재부는 전체 91개 부담금 가운데 18개를 폐지하고, 14개를 감면하면서 연간 2조원 규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획을 지난해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가 일부 부담금 폐지·감면에 반대하면서 감면 금액은 연간 2조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기재부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66개 관리과제의 140개 성과지표에 대한 목표달성률을 93.6%로 집계했다. 전년(98.3%)에 비해 4.7%포인트 낮아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