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전조 현상일 수도" 뭐길래…시민들 '공포' [현장+]

신풍역 신안산선 공사 인근 도로 솟아올라
지반 약화 우려…서울·광명·부산 등 곳곳서 사고
시공사 "지장물 간섭 탓 임시 경사, 안전엔 문제 없다"
전문가 "솟아오른 도로, 싱크홀 전조 현상일 수도"
도로가 솟아있는 신풍역/영상=유지희 기자
도로가 솟아있는 신풍역/영상=유지희 기자
"저 철판 밑이 비어있는 건 아닐까요? 도로가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데..."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풍역 삼거리. 왕복 6차선 대로 가운데 일부 도로가 불룩 솟아올라 있었다. 철판으로 덮인 해당 도로는 평평하지 않았고,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제가 된 도로 바로 옆은 현재 공사가 한창인 신안산선 복선전철 구간이다. 이 구간은 지난 11일 경기 광명시에서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도 연결된다.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삼성동 재개발 구역에서도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해 도로 일부가 통제되는 등 시민 불안을 키우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 "불안하다" vs "과민반응"…현장 목소리 엇갈려

도로가 솟아있는 신풍역/영상=유지희 기자
도로가 솟아있는 신풍역/영상=유지희 기자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과 상인들 사이에서는 도로 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됐다.

60대 주부 김모 씨는 "신안산선 관련해서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얘기도 있어서, 도로가 올라온 게 걱정된다"며 "공사 때문에 잠깐 생긴 경사라고는 해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주민으로서 걱정된다. 최근 뉴스에서 싱크홀 사고를 계속 보니 더 불안하다. 신풍역이 신안산선 라인이라 항상 신경 쓰인다"며 "도로가 실제로 솟아있으니 당연히 불안하다. 싱크홀이 생기지 않도록 보강 공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민센터 인근에서는 "싱크홀 무섭다",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주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안산역 공사중인 신풍역 부근/사진=유지희 기자
신안산역 공사중인 신풍역 부근/사진=유지희 기자
하지만 도로 이상 징후가 곧바로 붕괴나 싱크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풍역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60대 성모 씨는 "사람들이 도로 튀어나온 거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공사장 측에서 복구한다고 하니, 지반 침식이나 싱크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풍역 일대에 거주 중인 70대 조모 씨는 "이 아래가 공사 때문에 다 뚫려 있을 텐데, 그걸 덮느라 도로가 튀어나온 것 같다"며 "싱크홀까지는 아닐 거라고 본다. 만약 그게 문제라면 주변 건물들도 다 위험하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고 집이 여기서 30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정말 큰일인거라 아마 철저히 예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의 문의 결과 시공사 측은 "지장물 간섭으로 인해 도로 레벨에 경사가 생긴 것일 뿐, 지반 내부 문제는 아니다"며 "공사 완료 후 복구할 예정이며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안산선' 관련 광명 붕괴사고…도시 곳곳서 싱크홀 잇따라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불과 사흘 전인 1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 지하터널에서는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터널 내부 기둥이 무너지며 작업자 1명이 실종됐고, 수일째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신안산선 시행사인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 넥스트레인이 국토교통부에 제툴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사전 보강공사 중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 터널 중앙 기둥의 파손이 감지되어 작업자들이 대피하고 긴급 보강 작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도 연이어 싱크홀 사고가 터지고있다. 전날(13일) 오전에는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 도로에서 지름 40cm, 깊이 1.3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일부 차선이 약 8시간 동안 통제됐다.

앞선 2일에는 강동구 신명초 인근 교차로에서, 10일에는 강동구 길동역 1번 출구 앞에서 도로 침하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24일에는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가로 18m, 세로 20m, 깊이 18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1명이 숨졌고, 주변 상가 영업이 중단되는 등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서울시는 잇단 지반침하 사고로 인한 시민 불안이 잇따르자 주요 도시철도 공사 구간을 중심으로 특별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한다.

우선 9호선, 동북선,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등 도시철도 공사 3곳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시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탐사 대상은 대규모 지하 굴착 공사장과 그 주변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지반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하고, 주요 건설현장 주변에는 실시간 계측 장비를 설치해 지반 변화를 감시할 방침이다.

"도로 튀어나온 현상 일반적이지 않아…싱크홀 전조일 가능성도"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싱크홀은 지하수 유출, 지반 다짐 불량, 노후 하수관 파손, 대규모 굴착 공사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도시철도와 같은 대형 지하 공사가 진행되는 지역은 주변 지반이 약화되기 쉬워, 정밀 탐사와 선제적 대응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보면 대부분 한강이나 지천 등 물과 관련이 깊다"며 "신풍역 일대도 안양천과 도림천이 인접해 있고, 최근 비가 온 뒤 지하수 유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지금 도로가 불룩 솟아오른 현상은 주변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상대적으로 밀려 올라온 것일 수 있고, 이는 싱크홀의 전조일 가능성도 있다"며 "시공사가 밝힌 단순한 '지장물 간섭'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끄럽게 다니던 도로가 갑자기 덜컹거리는 이유를 중력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지반이 아래로 꺼지면서 옆을 밀어올리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석화 대진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현재 도로가 솟아오른 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며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있었는지 경과를 따져야 한다. 최근에 급격히 솟아올랐다면 지하 공사에 따른 흙 배면 압력이나 차수벽 영향일 수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솟아올랐다면 지하수 유입 후 동결에 따른 융기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누수 여부나 지반 침하 가능성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하고, 특히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는 차수(물막이)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수 시 흙이 도로 쪽으로 밀려나오며 솟아오르는 현상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며 위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