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혼란 커지고, 中과 대화 안되고…꼬이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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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반도체 스마트폰 관세 놓고 번복
그리어 "미중 정상 대화 계획 없어"
중국,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비슷하게 관세 정책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정상 간 대화를 이끌어내려 하지만 이 또한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을 자제하는 대신 대미 관세율을 올리고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대미 무역 압박 수위를 올리는 중이다.
전자제품 관세 오락가락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11일 백악관에서 발표된 반도체 상호관세 면제와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혼선이 생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11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PB)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를 발표했다. 미국 언론은 12일 CBP의 공지를 일제히 보도하면서 ‘관세 면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에어포스원 기내 발언과 더불어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금요일에 ‘관세 면제’는 전혀 발표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현지 비판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부채 증가가 새로운 일방적 세계 질서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경기 침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통화질서 붕괴, 정상적인 민주주의 방식이 아닌 내부 갈등, 세계 경제에 매우 혼란을 주는 국제 분쟁, 경우에 따라선 군사적 충돌” 등을 언급했다. 관세 전쟁이 길어지면 각국이 자국 수출을 지키기 위해 통화가치 저하에 나서고, 미국 국채 매도를 단행할 경우 달러 중심의 통화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中 희토류 수출 통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과 관련해 명확한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조용하면서도 일관된 대미 무역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자동차, 항공·우주, 반도체, 군사 무기류 등 첨단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자석의 대미 수출을 지난 4일부터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제 대상에는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희토류 자석 등이 포함됐다.중국이 새 규제 시스템을 마련할 때까지 중국 항구에서 전기차, 드론, 로봇, 미사일 등 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이들 희토류와 자석의 선적이 중단된다.
중국의 규제 시스템이 새롭게 마련되면 미국 방위산업체 등 특정 기업으로 희토류가 공급되는 것을 영구적으로 차단된다.
트럼프의 대중 상호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은 맞불 관세와 함께 6가지 보복 리스트를 공개했고, 그 중엔 희토류 금속과 희귀 자석 수출 제한 조치가 포함됐다. 희토류와 자석 공급이 늦어지면 미국 디트로이트 소재 전기차 공장에선 생산 라인이 멈출 가능성도 있다.
美·中 정상 대화 요원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올리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의지도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그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만나거나 대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 나는 그와 만날 것”이라며 “그는 내 친구이고 나는 그를 좋아하며 존경한다”고 답했다.하지만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화는 당분간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나와 미·중 간 관세 무역전쟁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대화 여부에 대해 “당장은 아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려온 시 주석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겨냥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자간 무역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