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재, 은밀한 쉼을 맛보다

충주 수안보면에 위치한 온천 호텔 유원재에서의 하루
'왕의 온천'이라 불리며 사랑받은 충주 수안보. 그 중심에 자리한 유원재에서 쉼 이상의 호사를 누리다.
잔잔한 물결이 아름다운 수정원. 사진=도진영
잔잔한 물결이 아름다운 수정원. 사진=도진영
이토록 느긋한 여정

시간은 느긋하게 흐르고, 몸은 나긋해진다. 유원재에서의 20시간이 선사하는 여유다. 유원재는 과거 온천 마을로 성황을 이루던 수안보 일대가 침체하는 가운데 등장했다. ‘하루 동안 정원에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안보의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으며 럭셔리한 온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로비 옆 전시 공간. 사진=도진영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로비 옆 전시 공간. 사진=도진영
라운지 수(水)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온전한 휴식이 시작된다. 통창으로 수정원이 내다보이는 이곳에서 오직 투숙객만을 위한 개별 서비스가 시작된다. 따로 줄을 설 필요 없이 자리에 앉아 편하게 체크인 할 수 있다. 유원재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심신을 비워내고, 빈자리에 안정을 채워내길 제안한다. 향긋한 웰컴 티, 정갈한 디저트와 함께 완벽한 여정의 시작을 만끽해본다.
유원재의 메인 공간, 노천탕.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을 온천욕과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사진=도진영
오롯이 홀로, 때론 오붓하게

햐얗게 피어오른 증기 사이로 펼쳐지는 산세와 정원의 차경이 싱그럽다. 수안보의 자연을 품은 유원재의 노천 온천은 지하 250m에서 용출된 알칼리성 온천수를 사용한다. 원적외선, 각종 광물질이 풍부해 피부 탄력 개선, 근육 긴장 완화, 피로 회복 등에 효과적이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온기를 더하다보면 지친 마음까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하다.

대중 온천탕은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고, 실내탕과 노천탕을 각각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예약제로 대여탕을 운영해 선택의 폭이 넓다.

온천욕을 즐긴 후에는 테라피실에서 아로마 마사지를 받으며 묵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다. 대중탕 앞에 자리한 라운지 온(溫)은 온천욕의 여운을 가만히 다독이기 좋은 공간이다. 취향에 맞는 음료 한 잔을 곁들이며 독서를 즐기거나, 불멍으로 휴식하며 저마다의 속도로 힐링할 수 있다.
가장 넓은 면적의 '수정' 룸 침실. 사진=도진영
공간으로 체험하는 프라이빗의 극치

심도 있는 휴식,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완성하는 공간의 힘을 유원재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다. 양진석 건축가를 필두로 건축, 인테리어, 조경, 조명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합심해 디테일 하나까지 세심하게 설계했다. 한옥과 서원의 배치에서 영감을 받아 한칸 한칸 이어지는 공간은 온전한 휴식을 상징한다. 내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담장은 포스트 코로나가 요구하는 내밀한 영역을 고려한 형태이자, 사유의 근거를 제공하는 존재다.

객실은 ‘유순’ ‘겸화’ ‘청심’ ‘수정’의 네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퇴계 이황 선생의 마음을 다스리는 30가지 덕목에서 이름을 땄다. 룸의 분위기는 이름을 똑 닮았다. 차분한 우드톤 인테리어의 유순(부드럽고 순하라), 한복 옷감처럼 따뜻한 활력이 깃든 겸화(겸손하고 화목하라),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백색이 조화로운 청심(마음을 맑게 하라), 가장 넓은 공간으로 휴식에 적합한 수정(번뇌를 쉬고 본마음을 지키라) 등이다.
커다란 개별 노천탕이 보이는 '수정' 룸 거실. 사진=도진영
모든 공간은 자연과 동화돼 있다. 총 16개 객실마다 개별 정원과 자연석으로 조성된 야외 온천탕을 구비했다. 마당의 정원은 객실에 맞춰 각기 고유한 매력을 지녔다. 유원재의 정원을 모두 조경하기 위해 4번이나 발걸음한 투숙객도 있을 정도로 방문할 때마다 색다른 기분을 선사한다.

객실 내 비치된 와인을 비롯해 미니바 음료·주류·간식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노천탕은 언제 몸을 담가도 기분 좋은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41℃ 내외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특별히 요청할 경우 맞춤 온도 설정도 가능하다.
오직 유원재 투숙객만을 위한 카페에서 매일 바뀌는 셰프의 추천 디저트와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사진=도진영
음식 너머의 세계, 미식

유원재의 다이닝 서비스는 올 인클루시브로 운영된다. 호텔 안에서만큼은 번거롭게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석식, 조식, 애프터눈티를 포함한 모든 식음 서비스를 양 껏 즐길 수 있다.

온천 후 입이 심심할 땐 오직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호젓한 카페로 향해보자. 라운지 수 맞은편에 위치해 계절마다 달라지는 수목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다. 진한 커피와 차부터 입 안 가득 행복이 차오르는 디저트까지 모든 음식이 계절 맞춤 메뉴로 제공된다. 올봄에는 상큼한 봄 사과와 달콤 쌉싸름한 말차가 어우러진 신메뉴를 맛볼 수 있다.
통창 너머로 정원이 내다보이는 레스토랑 미선의 개별 룸. 파인다이닝 디너 코스와 조식 한상차림이 제공된다. 사진=도진영
미식의 정점은 레스토랑 ‘미선’에서 펼쳐진다. 파인다이닝 디너 코스 요리와 아침 한상차림이 제공되는 공간으로,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풍미와 신선함이 살아있다. 투숙객은 프라이빗한 개별 룸에서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디너 코스 요리는 맞이 차림부터 맺음까지 9가지 코스로, 식사에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13첩 한상차림으로 차려지는 조식 역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 통창으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유원재의 음식에는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9대에 걸쳐 문경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를 빚어내는 조선요, 기능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춘 김남희 크라프트, 100여 년 역사의 거창유기 등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작품이 식탁에 오른다. 여기에 전통주 명가 중원당의 청명주, 신선한 제철 식재료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유원재만의 미식으로 가치를 더한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