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취소될라"…SNS 지우는 美 유학생들

기록 말소 유학생 최소 4700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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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지내는 타국 출신 유학생들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수업이나 캠퍼스 생활에서도 발언과 행동을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적 의견 표현이 자칫 비자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12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유대주의 대응을 이유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취소 방침을 밝힌 이후 대학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비자 취소 혹은 연방정부 기록이 말소된 유학생·연구자는 약 1000명이다. 미 이민변호사협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학생 기록이 말소된 사례가 최소 47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학생들은 언제든 자신이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브라질 출신 학생은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는 데 주저하게 됐다"고 WP에 말했다. 그는 "무엇이 언론의 자유이고 무엇이 정부에 대한 위협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지타운대에 다니는 캐나다·이란 국적의 한 학생은 시민권 신청에 영향을 줄까 봐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의 SNS가 감시당하는 걸 볼 때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에서는 최소 15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비자 취소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이들도 있지만, 경미한 교통법 위반 이력자나 심지어 범죄 피해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유조차 통보받지 못한 채 비자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학생 비자 취소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국무부가 비자를 취소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학생·교환 방문자 정보시스템(SEVIS)에서 해당 유학생의 기록 자체를 삭제하고 있다. 이는 즉시 법적 체류 자격 상실로 이어진다.

한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비나 두발 법대 교수는 WP에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은 미전역에 엄청난 냉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