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감국가 결국 발효 'D-1'…"한·미 과학협력 차질 불가피"

미 에너지부, 15일부터 민감국가 효력 발효
한미 공동연구 협력 절차 까다로워질 듯
"지정 배경 아직도 오리무중"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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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에 포함한 효력이 15일 발효된다.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명단 제외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은 첨단 과학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SCL 효력이 발동되면 미국과의 연구 협력 과정에서 기존보다 더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가 적용된다. 한국 연구진은 미국 내 연구소를 방문하기 위해 최소 45일 전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사전 승인받아야 한다. 미 DOE 소속 인력이나 연구자가 한국과 접촉하거나 현지를 방문할 때도 별도의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미 에너지부의 SCL 효력 발효 시점 전 해제에 실패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 등과 면담했다. 이후 통상 분야 국장급 실무진급 협의를 통해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이다. 다만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명단 제외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측은 “관계부처와 함께 조속한 해제를 위해 에너지부 등 미 측과 계속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SCL이 발효되면 출연연 등을 통해 미 에너지부와 이어오고 있던 첨단 과학 분야에서 연구 협력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 에너지부는 합성생물학, 2차전지, 핵융합, 원자력 등 네 가지 분야에서 공동연구 등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부재하다는 것이 에너지부 설명”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이 아직도 오리무중이라서다. SCL 지정 배경으로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직원의 유출 사고 등이 거론됐지만 조 장관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지만 하나의 사건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니다”고 했다. 정부 역시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보안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듣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배성수/이현일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