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저 케이블 9개뿐…"안보 위해 투자 늘려야"

해저 케이블은 사실상 섬나라 신세인 한국에 필수 인프라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해저 케이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통신 시장조사업체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한국과 해외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은 9개다. 1997년 만들어진 ‘플래그 유럽 아시아’(FEA)는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양과 지중해를 거쳐 영국까지 연결되는 총길이 2만8000㎞의 장거리 케이블이다. 올해 2분기 개통을 목표로 하는 ‘동남아시아-일본 케이블2’(SJC2)는 싱가포르부터 일본을 연결하는 선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선이 뻗어나가는 형태다. 총길이는 1만500㎞ 수준이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만들어진 ‘한국-일본 케이블 네트워크’(KJCN)는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기타큐슈를 연결하는 총길이 500㎞의 비교적 짧은 케이블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해저 케이블의 ‘주류’에선 다소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에 걸쳐 가장 많은 해저 케이블이 매설됐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 역시 일본이 종착지인 경우가 많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다른 국가와 직접 연결된 해저 케이블보다는 메인 케이블에서 뻗어 나온 형태가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T가 보유한 해저 케이블이 5개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는 2개, SK브로드밴드는 1개의 케이블을 갖고 있다.

서해안이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기 쉽지 않은 지형이라는 것도 한국에 불리한 요소다. 서해안은 수심이 얕고 어선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케이블이 손상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증가로 해외 트래픽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와 북미를 오가는 데이터 트래픽은 올해 508Tbps(초당 테라비트)에서 2030년 1888Tbps로 네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려고 해도 어로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하거나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