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인토트 "배관 타고 번지는 화재 원천차단"

'방화소재 40년' 울산 강소기업
내화채움소재 상용화

별도 시공 없이 배관 관통부 설치
화재 발생시 3분내 스스로 팽창
덕트 통로 완전 밀폐해 불길 막아

"현행법선 방화댐퍼 설치 강제
신기술 확산 막아…제도 개선을"
이종철 국일인토트 대표(왼쪽)가 자체 개발한 내화채움소재 ‘불스탑-AD’ 성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이종철 국일인토트 대표(왼쪽)가 자체 개발한 내화채움소재 ‘불스탑-AD’ 성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아파트 수직 배관(덕트)을 타고 번지는 화재를 원천 차단하는 급속 내화채움소재가 상용화됐다.

방화소재 전문기업 국일인토트(대표 이종철)는 덕트 관통부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발생 배관 외 구역으로의 급속 확산을 막아주는 내화채움소재를 상용화했다고 14일 밝혔다. 내화채움소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덕트가 화염, 유독가스를 확산하는 통로 역할을 해 초대형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내화채움소재는 평면적인 발포 슬리브 구조로 덕트 내부를 완전 발포 충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국일인토트가 선보인 내화채움소재 ‘불스탑-AD’는 외부 차열재 없이도 차열·차염·차연 성능을 최소 120분 이상 유지해야 하는 국가공인 시험기관의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했다. 이 대표는 “자체 팽창 성질을 함유한 고성능 그래파이트 탄소 소재로 이뤄져 화재 발생 시 3~5분 내 스스로 팽창해 덕트 통로를 완전히 밀폐함으로써 주변 가구로 화재가 번지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재는 외부에 30㎜ 세라믹 차열재를 덧대지 않고도 차열 기준인 180K(Kelvin·절대온도)보다 훨씬 낮은 85.3K를 유지하는 뛰어난 차열성능을 입증했다.

이는 내화 충진재 인증시험 기준인 1000도 이상 고온에 120분 이상 노출돼도 반대편 표면 온도가 법적 기준치보다 두 배 이상 낮은 온도를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별도의 배관 보온재와 세라믹 시공 없이 배관 관통부에 끼우기만 하면 돼 간편 시공이 가능하고 관련 비용도 기존 제품보다 3분의 1로 저렴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행 건축법 및 소방시설 설치유지 관련 법령에서는 내화채움재와 함께 반드시 화재 감지센서를 장착한 방화댐퍼(MFD)를 함께 설치하도록 해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오랜 기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사업비를 들여 아파트 화재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이 같은 중복 규제 때문에 신기술·신제품 상용화에 많은 혼란과 부담을 안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는 방화댐퍼 설치 시 전원 공급, 연기·열 감지센서, 점검구 시공 등 추가 공사 비용으로 인해 기존 연동식 덕트 공조 대신 가구마다 외벽에 따로 설치하는 직배기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국일인토트는 기존 방화댐퍼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패키지형 방화댐퍼와 내화채움소재 제품군을 별도 출시해 시공사, 건설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일인토트는 초고압과 고온 등 극한 환경을 견뎌내는 특수산업용 실링 제품을 미국 중동 등에 40년 이상 수출한 강소기업이다. 불스탑-AD를 건축물 화재에 이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화재 방지 소재로도 활용하도록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민 안전을 강화하는 방화 안전 소재가 시중에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