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 꽉찼다…해외로 눈돌리는 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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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에 해외 건조 확대수주가 밀려들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앞다퉈 해외 조선소의 독(dock·선박 건조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국내 조선소에서 더 이상 일감을 수주하기 힘들어지자 베트남,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조선소에 독을 추가로 짓거나 빌리는 식으로 확보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통행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인 여파로 글로벌 선주들이 차례차례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사의 해외 생산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美 중국산 선박 제재에 반사익
HD현대, 필리핀서 독 추가 임차
"베트남 생산 年15→23척 늘릴것"
한화, 싱가포르서 플랜트 건조
삼성은 동남아 조선사와 손잡아

◇HD현대중공업은 동남아 집중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홍콩 선사 시도시핑으로부터 수주한 11만5000DWT(재화중량톤)급 운반선 4척을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선사 닛센카이운이 발주한 같은 급의 운반선 4척도 수비크조선소에서 만들기 시작했다.수비크조선소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수비크만에 있는 조선소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5월 미국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에서 1개 독을 임차했다. 유지·보수·운영(MRO)을 위해 사용하다가 해외 수주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부터 선박 건조용으로 전환했다. 수비크조선소에서 건조되는 홍콩·일본 선사 주문 선박은 2028년 인도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또 다른 수주 요청이 있으면 나머지 독 하나도 임차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선박에 대한 불안이 커진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 조선사에 접촉해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선박을 건조 중인 HD현대미포는 유럽, 아프리카 선주들로부터 유조선 수주가 밀려들자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1000억원 이상 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 국영조선공사와의 합작회사인 HD현대베트남조선은 연간 15척의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23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조선사 경영권 확보 나서
한화오션은 해외 조선소 인수 및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공개매수를 통해 싱가포르 해양설비 제조사 다이나맥홀딩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경영진을 교체했다.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모듈 29기를 싱가포르 조선소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 선체를 생산하고, 싱가포르 다이나맥 시설에서는 상부 구조물을 제작해 결합하는 분업 방식으로 생산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아커로부터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총 7척의 선박을 수주해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에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주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선박의 항만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중국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동남아 조선사와 현지 조선소 활용과 관련해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유럽 선사에 한해 중국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그리스 선사 센트로핀으로부터 수주한 원유 운반선 4척을 중국 조선사 팍스오션에 하도급을 맡기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그리스 다이나콤탱커스가 발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 신조선 4척은 중국 저장성 저우산 조선소에 하청을 줬다.
성상훈/김진원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