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줄 돈, 계약서 쓰고 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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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낸 문성택 한의사
"부모·자녀 간 신뢰 마련되면
사전증여, 가족연금 좋은 방안"

문성택 공빠TV 대표(한의사·사진)는 14일 행복한 노년의 첫 번째 조건을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공빠(공부하는 아빠)TV는 구독자 24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로 노년 주거 문제를 다룬다.
문 대표는 지난달 말 <행복 계약서, 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이와 계약서를 썼다> 책을 펴냈다. 부모와 자녀가 돈을 주고받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라고 조언하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빌려주고 이를 문서로 남기라고 했다. 실제 대학에 간 세 자녀에게 적용한 대출 계약서 견본, 대출금액, 상환 과정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미리 자녀에게 재산을 주면 안 된다는 사회 통념도 뒤엎었다. 문 대표는 “부모가 죽음을 앞둔 시기에 자녀는 이미 60~70세로 고령”이라며 “자녀가 주택 매매와 자녀 교육 등 목돈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40대일 때 사전증여하는 게 좋다”고 했다. 고령이 된 부모보다 30~40대 자녀가 집안의 대표가 돼 재산을 굴리는 것이 전체 자산을 증식하는 데 훨씬 유리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자녀에게 미리 주택을 물려주고 용돈을 받는 ‘가족연금’도 좋은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효도와 상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미리 증여한 주택과 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KAIST를 졸업한 뒤 원광대 한의학과에 다시 입학해 한의사의 길을 걸었다. 고령 환자가 많은 전북 익산에서 개업해 한의사로 일하며 노년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년층은 행복 계약서와 똑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여러 방식으로 자녀에게 경제 관념을 길러준 다”며 “성공한 은퇴자 절반 이상은 사전증여를 실행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