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도전 끝…매킬로이 '커리어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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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마스터스!
역대 6번째 그랜드슬래머 등극
US오픈 등 메이저 정복했지만
마스터스와는 인연 닿지 않아
2011년엔 선두 달리다 고꾸라져
"포기 않고 도전해 꿈 이뤘다"
로즈와 연장승부 끝에 그린재킷
우승 확정 순간 눈물 터트리기도

◇‘전설’ 찾아간 매킬로이
매킬로이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저스틴 로즈(45·잉글랜드)를 연장전 끝에 꺾고 우승했다. 마스터스 17번째 출전, 11번째 그랜드슬램 도전 만의 성공이었다. 우승상금은 420만달러(약 60억원).매킬로이의 키는 175㎝다. 운동선수로는 크지 않은 체구지만 33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를 날린다. 단단한 하체와 유연한 상체로 만들어낸 꼬임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윙은 ‘가장 완벽한 자세’라고 평가받는다. ‘황제’ 우즈가 자신의 아들 찰리에게 “내 스윙 말고 로리의 스윙을 보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US오픈(2011년), PGA챔피언십(2012년, 2014년), 디오픈(2014년) 등을 휩쓸었지만 유독 ‘명인열전’ 마스터스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매해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클럽도 바꾸고, 코치도 바꿨지만 그린재킷은 여전히 그의 몫이 아니었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를 1주일 앞두고 니클라우스를 찾아갔다.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여섯 번 우승하며 이 코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함께 플레이를 했다. 니클라우스는 “로리와 경기를 마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내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그린재킷 입다
매킬로이는 1라운드를 이븐파(72타)로 마쳤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들의 라운드 스코어 중 가장 나쁜 점수였다.2~3라운드에서 매일 6타씩 줄이며 12언더파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챔피언조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US오픈에서 그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안긴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 매킬로이는 최종 라운드 첫 홀부터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2번홀에서 디섐보에게 1타 차 선두까지 내줬다. 하지만 3번홀(파4)부터 평정을 찾았고 10번홀(파4)에서 14언더파를 기록하며 4타 차 선두로 나섰다.
디섐보가 아이언샷 난조로 자멸하는가 싶자 이번엔 베테랑 로즈가 치고 올라왔다. 매킬로이가 13번홀(파5)과 14번홀(파4)에서 각각 더블보기와 보기로 3타를 잃는 동안 로즈가 차곡차곡 버디를 쌓아 11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마지막 18번홀(파4), 매킬로이가 1.5m 파퍼트를 놓치며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작년 US오픈에서 1.5m 파퍼트를 놓쳐 역전패한 악몽이 살아나는 듯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전. 티 박스에 선 매킬로이는 특유의 아름다운 스윙으로 314야드를 보냈다. 앞서 티샷한 로즈보다 35야드 더 멀리 갔다. 이어진 두 번째 샷. 로즈가 친 공은 그린 위에서 튀더니 홀 컵에서 3m 떨어진 곳에 멈췄다. 매킬로이가 가볍게 날린 샷은 그린 경사를 타고 흐르더니 홀 컵 1.2m 앞에 멈춰섰다. 로즈의 버디 퍼트는 아깝게 홀 컵을 비켜 가 파로 마무리했다. 매킬로이는 신중하게 버디를 잡아내 경기를 끝냈다.
우승이 확정되자 매킬로이는 그린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꿈에 그리던 그린재킷을 입은 그는 말했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4타 차 선두를 놓친 이후 14년간 도전했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그러면 어느 순간 그 꿈이 이뤄져 있을 거라고요.”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