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혐의 날선 공방…檢 "국헌문란 폭동" vs 尹 "몇시간 사건일 뿐"

자연인 윤석열, 첫 공판 출석
79분간 모두진술서 혐의 부인

檢 1시간 넘게 공소사실 설명하자
尹 "모자이크식으로 만든 공소장"
檢 자료 띄워놓고 조목조목 반박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있었다"
수방사·특전사 간부 모두 동의
尹측 반대신문은 21일로 미뤄져
< 첫 공판 마치고 사저 향하는 尹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을 받아들여 윤 전 대통령이 법원 출입 시 지하통로를 이용하도록 허용했다.  뉴스1
< 첫 공판 마치고 사저 향하는 尹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을 받아들여 윤 전 대통령이 법원 출입 시 지하통로를 이용하도록 허용했다. 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서 검찰과 윤 대통령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시도한 국헌문란 폭동”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모자이크식으로 갖다 붙인 공소장”이라며 “봄부터 내란을 준비했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정면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기록이 방대하고 재판부가 채택할 증인이 많으면 1심 재판 과정이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檢, 검사 12명 투입 ‘총력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어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진술 절차와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모두진술 단계에서 79분간 사실관계를 반박하며 재판부에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통상적인 형사재판에서는 모두진술을 통해 혐의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고 이어지는 기일에서 사실관계와 관련한 공방을 이어간다.

검찰 측에서는 진종규·이찬규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4기)를 중심으로 검사 12명의 공판검사단을 구성해 대응했다. 검찰은 이날 한 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기도했다고 강조했다.

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은 군경 간부들에게 순차 지시해 정당제도, 헌법과 법률 기능을 소멸하게 할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군경을 동원해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과 준비 과정, 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의 절차상 문제점 그리고 계엄 선포 이후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국군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및 경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정황을 차례로 설명했다. 검찰은 형법 87조를 적용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尹, 검찰 공소사실 조목조목 반박

윤 전 대통령은 검찰 공소장을 두고 “26년간 많은 사람을 기소한 저도 무슨 내용인지, 어떤 논리로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조서들은 모자이크식으로 붙인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직접 화면에 띄워 달라고 요청해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헌문란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켰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비폭력적으로 해제된 몇 시간의 사건을 공소장에 내란으로 구성한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계엄은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 비상조치”라고 주장했다.

계엄의 사전 모의 또한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봄부터 내란을 모의했다는 주장은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수사기관의 진술 신빙성이 무너졌음에도 공소장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반발했다.

국회에 투입한 군인들 또한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2개 중대 250명 정도만 질서 유지 병력으로 투입하라고 했다”며 “일부 인원은 계엄이 해제돼 투입되지도 않았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여론조사업체인 ‘여론조사 꽃’에 병력을 투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처음에도 지시한 바가 없고, 출동한다는 얘기를 김용현 장관에게 듣고 즉각 중지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2주 3회’ 재판…1년 이상 걸릴 수도

이날 진행된 검찰의 주신문에서는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탄핵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이진우로부터 국회 본관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 역시 “이상현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했다.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은 다음 공판기일인 21일로 미뤄졌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신문 진행 방향이 사전에 특정되지 않아 오늘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공판이 본격화하면서 1심 판결 시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재판부가 신속한 진행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지만 재판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인 재판 절차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심 판결까지는 최장 1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2주 3회’ 재판 진행을 원칙으로 공판을 연다는 방침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